매거진 문장 도둑

사랑합니다, 소중한 당신

- 요 네스뵈, '아들' 중에서

by hearida

"고마워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여자와는 안 될 거 같아요."

"왜?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했어?"

"아뇨, 해야 하나요?"

"늘, 밥 먹듯이 해야지. 그걸 산소라고 생각해봐. 그거 없이는 못 산다고. 사랑해, 사랑해, 한번 말해봐. 그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야."

뒷좌석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누군가가 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아나요?"

"그냥 알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어. 사랑은 마치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우릴 감싸지. 물방울 하나하나를 볼 순 없지만 몸이 따뜻해져. 축축해지고 또 깨끗해지고." 펠레는 껄껄 웃었다. 자신의 표현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계속 그녀를 사랑으로 목욕시키면서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가요?"

펠레는 소년의 질문이 즉흥적인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어보려고 작정한 질문이었다. 지난번 그의 택시를 탔을 때 그가 아내와 찍은 사진을 보고 이러는 게 분명했다.

"물론이지." 펠레는 무언가가 목에 달라붙은 느낌이었다. 부스러기 같은 것. 그는 큰 소리로 기침을 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 요 네스뵈, '아들' 중에서



최근 몇 달은

추리 소설에 푹 빠져 사는 것 같아요.


특히나 저 새하얀 먼 나라,

북유럽 쪽 이야기들이

자꾸 제 손을 잡아당기네요.


'요 네스뵈'는

그중에서도 요즘

제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가입니다.


몇 권을 제외하고는

책 분량이 아주 만만치 않은데요.


저는 이상하게

그런 두꺼운 책들만 보면


정복이라 해야 할지

도전이라 해야 할지

자꾸 열어보고 읽어보고 싶어 져요.


이 사람,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에 성공한 뮤지션이기도 하고요.

동화까지 썼답니다.

세상엔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 많기도 하죠.


물론 작가로서의 재능도 아주 뛰어나서

쓰는 책마다

사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저만해도

무심코 집어 든 최신작 '바퀴벌레'를 시작으로

'스노우맨', '레드브레스트'를 줄줄이 읽었고요.


오늘의 저 문장이 들어 있는 '아들' 뒤로

두툼한 몸집의 '네메시스'와 '레오파드'가

책장에서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들'은

어제저녁을 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없이 읽다가 고개를 드니

새벽 4시 20분이었어요.


그렇게 책 한 권으로

한 밤이 다 지나버렸죠, 뭐.


사실 저,

잠을 잘 못 자거든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는데

그 후로 서른이 넘을 때까지

하루 네 시간 이상 잔 날이 별로 없어요.


한창 공부하고 회사 다니고

그렇게 바쁠 때는

그 습관이 참 좋았거든요.


며칠 안 자도 다크서클도 안 생기고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잠이 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했어요.


잠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우면

세상의 온갖 불행이 저에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하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고생하다

작년부터는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수면 장애, 불면 장애, 만성 우울이라는

공식적인! 병명을 지니게 되었고요.

그에 맞는 처방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훨씬 편히 잠들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 깊은 곳에 숨겨진

생채기를 발견할 수 있어서요.

더 오랫동안 앓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그건,

몸이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픈 것뿐이니까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듯

마음이 아프면 마음의 약을 먹는 거죠.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듣는 게

너무 힘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저는

저희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남자 친구와도

편하게 이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요.


코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줄줄 흐르면

코를 닦아 주면서 '지지-'하고 놀리듯이

제 사람들하고는

이 주제로 농담도 하고 장난도 쳐요.


그러니까

병원에 간 덕분에

진짜 좋은 명약을 얻은 거죠.


처방전에 적혀 있지 않은 것,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사랑이요.


가족의 사랑이

친구의 사랑이

연인의 사랑이


제 몸과 마음을 폭 감싸

다스하고 포근하게 해 줍니다.

매일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요.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에게 매일

"사랑해" 하고

속삭여주세요.


그 사랑이

당신 곁의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약이

무엇보다 힘센 응원이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 되어 줄 거예요.


저도,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온 마음을 다해 말하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소중한 당신,

오늘도 부디

담뿍 사랑받고 담뿍 행복하시길. :)






Rome, Ital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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