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당신의 마음, 가을 바람에 스치어

-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중에서

by hearida

"감정이 형태를 가지려면, 영화로 치면 영화 밖의 또 다른 한 가지, 자신 이외의 어떤 대상이 필요하다. 감정은 그 외부와의 만남이나 충돌에 의해 생긴다. 어떤 풍경을 마주한 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아름다움이란 내 쪽에 있는가, 아니면 풍경 쪽에 있는가?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세계를 생각하는가, 세계를 중심에 두고 나를 그 일부로 여기는가에 따라 180도 다르다. 전자를 서양적, 후자를 동양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후자에 속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중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걸어도 걸어도'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고

조금씩 기억되기 시작하더니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완전히 제 마음속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책방에서 이 책을 보자마자

선뜻 집어 들었는데요.


과연,

영화만큼이나

글도 참 잘 쓰네요.


담담하고 잔잔한 어조로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글로 옮기고 있어요.


책에 좋은 문장이 참 많은데요,

제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함부로 여기 훔쳐올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 얼마간

이 공간에 남겨준 많은 분들의 글을 보니

저 문장이 생각났어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따스하다' '위로가 된다'

이런 좋은 말씀을 해주세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에게 과분한 말이거든요.


저는

마음이 곱거나 따스하거나

혹은 글재주가 좋거나 통찰력이 좋은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요.


저도 가끔 제 글을 보면요,

평소에 말도 예쁘게 하고 되게 착하게 살 것 같다는

착각이 들곤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곧잘 욱하고 욕도 찰지게 하고 흉도 보고

못됐고 이기적이고 막 그렇거든요.


글이 그 사람의 창이라면

이게 다 드러나는 거잖아요.

제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잘 들여다보면 보일 게 당연한데요.


왜 이렇게 좋은 말을 듣는 걸까?

며칠이나 곰곰이 고민을 해봤어요.

그리고 드디어 답을 얻었죠.


따스함은 제 글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위로는 이 몇 마디 문장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어날 힘을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거예요.


미처 깨닫지 못하다

외부 세계에 있는 글과 만나

비로소 깨닫게 된 것뿐이죠.


그리고 그 우연 때문에

모든 것이

자신의 밖에 있다고 오해하는 거예요.


따스함도

아름다움도

강인함도


모두

당신 마음속에 있어요.

당신은 그렇게 멋진 사람이에요.


처음엔

이 곳에 글을 쓰는 게 마냥 즐겁기만 했어요.


다음엔

조금씩 칭찬을 들으니 조금 우쭐하기도 했죠.


그리고 지금은

정말 즐겁고 기뻐요.


당신처럼 멋진 사람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적과

매일 마주하고 있으니까요.


따스한 당신

아름다운 당신

강인한 당신,


그렇게 멋진 당신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요.


당신에게 숨겨져 있는

수많은 마음들이

가을바람에 스치어

부디 곱게, 곱게 피어나기를.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께

가을의 단풍처럼 고운 행복이

그렇게 담뿍, 담뿍 찾아오기를. :)





Ikseou-dong in Seoul, Kore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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