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연정, '눈물 대신, 여행' 중에서
음,
그런 말이 있잖아요.
"내가 헛되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다."
또
이런 말도 있고요.
"내일이 빨리 올지 다음 생이 빨리 올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참 좋은 말이긴 한데요.
사실
잘 와 닿진 않더라고요.
언젠가
내가 이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날이
분명 올 거라는
그 잔인한 진실 말이에요.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살아있는 한
언젠가
떠나는 것도 당연할 텐데.
전
마치 제 삶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아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아요.
TV 속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너무 쉽게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뉴스나 신문에서는
단 한 줄로 죽음이 끝나버리는데
그게 어느 날
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매번 놓치며 사네요.
참 어리석죠.
좋아하는 작가분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매일 죽음에 다가가면서도 죽어간다 하지 않고 살아있다 말하는 우리.
마음도
미래도
삶도
모든 것이 불분명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장 확실한 건
우리는 죽어간다는 것,
언젠가 죽을 거라는 것.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을 믿어요.
그 달콤한 무지와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요.
살아있어요, 우리.
당신과 나.
여기 이렇게.
너무도 잘.
그렇지 않나요?
오늘 이 삶이 끝난다면
내가 곧 죽는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무엇을 바랄까 생각해봤어요.
글쎄요.
쉽게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안달하던 것들은 무의미해지고
욕심내던 것들은 부질없고
그저
살고만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있어요.
내 생의 끝에서
내가 간절히 원하게 될
그것.
살아있다는 것.
저는 지금 이렇게
숨을 쉬는 매 순간
제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부디, 우리
살아있음을 잊지 말아요.
매 순간 내쉬는 숨결을
머리카락을 스쳐가는 바람의 결을
손끝에 전해지는 소중한 이의 살결을
그 결들을
우리
언제나 잊지 말기를.
그 결들을 놓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 품기를.
그렇게
살아있음으로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감사해요, 오늘도.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