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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Nov 05. 2016

살아있어요, 우리

- 장연정, '눈물 대신, 여행' 중에서

"내일 아침, 나는 다시 눈 뜰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무언가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손을  뻗어

내 생이 가진 결을 쓰다듬어본다.

더 완벽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더 부유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더 많은 인연이 필요하지도 않으니

나는 이대로 그저 살고만, 싶다."


- 장연정, '눈물 대신, 여행' 중에서



음,

그런 말이 있잖아요.


"내가 헛되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다."


이런 말도 있고요.


"내일이 빨리 올지 다음 생이 빨리 올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참 좋은 말이긴 한데요.

사실

잘 와 닿진 않더라고요.


언젠가

내가 이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날이

분명 올 거라는

그 잔인한 진실 말이에요.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살아있는 한

언젠가

떠나는 것도 당연할 텐데.


마치 제 삶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아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아요.


TV 속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너무 쉽게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뉴스나 신문에서는

단 한 줄로 죽음이 끝나버리는데


그게 어느 날

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매번 놓치며 사네요.

참 어리석죠.


좋아하는 작가분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매일 죽음에 다가가면서도 죽어간다 하지 않고 살아있다 말하는 우리.


마음도

미래도

삶도

모든 것이 불분명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장 확실한 건

우리는 죽어간다는 것,

언젠가 죽을 거라는 것.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을 믿어요.

그 달콤한 무지와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요.


살아있어요, 우리.

당신과 나.

여기 이렇게.

너무도 잘.


그렇지 않나요?


오늘 이 삶이 끝난다면

내가 곧 죽는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무엇을 바랄까 생각해봤어요.


글쎄요.

쉽게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안달하던 것들은 무의미해지고

욕심내던 것들은 부질없고

그저

살고만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있어요.


내 생의 끝에서

내가 간절히 원하게 될

그것.

살아있다는 것.


저는 지금 이렇게

숨을 쉬는 매 순간

제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부디, 우리

살아있음을 잊지 말아요.


매 순간 내쉬는 숨결을

머리카락을 스쳐가는 바람의 결을

손끝에 전해지는 소중한 이의 살결을

그 결들을


우리

언제나 잊지 말기를.

그 결들을 놓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 품기를.


그렇게

살아있음으로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감사해요, 오늘도. :)




Porto, Portugal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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