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중에서
친구랑 종종 말해요.
난 매일 인생의 전성기를 새로 쓰고 있어.
농담 반 진담 반이긴 한데요.
성격이나 외형이나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거든요.
많이 많이 나아졌어요, 정말요.
스무 살.
그 좋은 나이에 저는요.
눈이 점처럼 보이는 땡땡이 안경을 쓰고
치아에는 교정기를 하고는
키는 작은 데다 살은 쪄서 꾸밀 줄도 모르고
자격지심은 쩔어서 남들 질투도 많이 하고요.
다른 사람 앞에서 저를 부끄러워하기 바빴어요.
근데 제가 말을 좀 잘하기도 하고 제법 웃겨요.
그래서 나한테 첫눈에 반하는 사람은 없어도
같이 있다 보면 안 반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자신이 있었어요.
저 자신을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그런 빨강머리 앤 같은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던 거죠.
실제로 사랑 참 많이 받았어요, 그때.
굳이 이성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친구들한테든 선배들한테든
스무 살 시절이 아름다웠다 생각될 만큼 사랑받았어요.
감사하죠.
세월이 많이 흘러서
지금은 안경도 교정기도 벗고, 많이 달라졌어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그래요.
의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가장 극적인 변신을 한 사람일 거라고요.
그래서인지 가끔 생각해요.
지금 모습으로 스무 살, 이십대로 돌아가면 인생이 얼마나 재밌을까 하고요.
아마 저는 사는 게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자신감도 생기고 마음도 더 곱게 쓰고요.
사람들 눈도 더 잘 맞췄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때 저를 사랑해주던 사람들은 분명 그대로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어떤 모습이든요.
이제야 깨달은 건데요.
저를 아껴주는 사람들은 제가 말을 잘해서라든지 겉모습이라든지
그런 이유로 곁에 있던 게 아니었어요.
그들이 그들이어서 제가 사랑했듯
제가 저여서 그냥 저를 사랑해 준 거예요.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헤집어 이유를 찾아내고
또 새로이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여서
당신은 당신이어서
또 나는 나여서
그대로 좋은 거예요.
사람 좋은데 이유가 어딨나, 이런 말이 있잖아요.
맞는 것 같아요.
당신이 좋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요.
그 자체로 완벽한데.
벌써 11월도 다 지나가네요.
어쩌면 지난 한 해를 아쉬워하며 못다 한 것들을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신의 한 해는 완벽했고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해요.
당신과 나,
오롯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우리를 있는 힘껏 사랑하는
그런 하루 되기를.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