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중에서
이 나이 먹도록
집에서 신나게 뒹굴거리며 지내다가
이제 제 가정을 꾸리고 나니
집구석구석, 어느 곳 하나
제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이 없네요.
어제는 내내
짐을 풀고 정리하고
택배들을 받아서 제 자리에 놓고
장을 봐서 손질하고
빨래도 하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하나하나 살펴보면 힘든 일이 아닌데
이거 마치면 저걸 해야 하고
저걸 마치면 또 이걸 해야 하고
일이 끝이 없으니까
몸이 남아나질 않더라고요.
이제는 신랑이 된 유유는
야근하느라 어제 아침에 나간 뒤로
이제껏 목소리도 못 듣고 있는데
혼자서 심심할 틈은커녕
엉덩이 붙이고 앉을 시간도 없어요.
엄마한테 한풀이하듯 전화를 하니
네가 그토록 바라던 선택이야, 즐겨.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투정 반 섞어서
'너무 차가운 거 아냐?'라고 했지만
사실 맞는 말이죠.
제가 원했던 일이고
제가 한 선택이니까요.
연애하고 결혼 결심하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제가 주도했었거든요.
그렇게 바라던 일이니
마냥 좋은 일만 있지는 않더라도
받아들이고 감내해야겠죠.
작게는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이지만
살다 보면 어디 이뿐이겠어요?
다투기도 할 테고
힘든 시련도 닥칠 텐데
그 역시도 제 선택의 결과니까요.
선택을 하는 데에도
물론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고 나아가거나
혹은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뇌와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라 해도
설령 그것이 잘못되었다 해도
그 이후의 시간, 자신의 날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우리에게 선택할 힘이 있다면
그 선택의 결과를
소화하고 이겨내는 힘 역시
우리 안에 있다고
저는 믿어요.
그러니 오늘도 부디,
우리가 선택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았으면.
하지만 되도록이면
그 시간이 너무 고되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