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새로이, 시작하는 내일에

- 이시다 이라, '1파운드의 슬픔' 중에서

by hearida

"나한테도 있을까, 기회."

"물론 있지. 우린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삼십 년을 버티어 왔잖아. 한 번 더 모든 것을 시작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을 거야."


마유니는 생각했다. 어째서 눈앞에 있는 간단한 것을 깨닫는 데 십 년이나 걸렸을까.

어른이 된 몸에 마음이 따라오는 데 어째서 십 년이나 필요할까.

하지만 그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응석을 부리며 자랐고, 안일함 속에서 자신을 외면하기에 급급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퉁이 저쪽에서 갑자기 찾아온 현재라는 시간에 몸도 마음도 구속되어 우두커니 멈춰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새로운 해와 새로운 사람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고세의 말처럼 기회는 언제든 있다. 이날 밤의 다짐을 잊어버린다면 되풀이해서 떠올리면 된다.


- 이시다 이라, '1파운드의 슬픔' 중에서



저의 많은 날들과

우리 가족의 웃음과 눈물과 땀과

고운 추억이 담긴 집.


이곳과도

내일이면 안녕입니다.


딱히

나쁜 일도 아닌데


엄마도 아빠도 저도

왠지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괜스레 문고리 한번

벽 한번

마루 한번


그렇게

쓸어내려 봅니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이렇게

말도 건네봅니다.


요즘 들어

조금 힘들고 지쳐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이었거든요.


이삿짐을 싸면서

안 쓰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듯


옳지 못한 마음과

아픈 마음들도


그렇게

꺼내어서 버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꺼내어져

텅 빈 방처럼


복잡한 마음도

텅 비어질 수 있었으면.


그리하여

새로이 시작하는 내일에

좋은 것들을 가득 담아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제가 되기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우리 모두의 오늘이

지난 시간이 품어 온 기회로 가득 찬

그런 하루이기를.


담뿍, 행복하세요.

오늘도.

감사해요, 항상. :)





Bern, Switzer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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