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인생 다 산 건 아니니까요

- 은희경, '중국식 룰렛' 중에서

by hearida

"그러나 단지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단지 조금 불행한 것처럼, 그래서 단지 약간의 행운이 더 필요할 뿐인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불운의 총량은 어차피 수정될 수 없는 것이니까."


- 은희경, '중국식 룰렛' 중에서



어쩌다 건너 건너 옛 지인의 소식을 들을 때가 있잖아요.

사업이 잘돼서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기차게 좋은 짝을 만났다거나.

반대로,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거나 누구와 헤어졌다거나.


그런 날엔 집에 와 엄마한테 이야기하곤 해요.

누가 그렇다더라 하면서.

너무 부럽다고 할 때도 있고 너무 안됐다고 하는 날도 있고요.

그럼 저를 보며 엄마가 꼭 하는 말.


세상 다 살았다니?


결국 그릇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기쁨의 그릇도 슬픔의 그릇도 사는 동안 다 비워야 끝나는 것.

비 오는 날 있으면 쨍하고 해 뜰 날이 오듯

슬픔의 그릇에서 몇 숟갈을 떠먹으면 또 기쁨의 그릇에도 손이 가야 하는 거죠.

저마다 그릇의 크기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소화를 시킬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의 그릇에 담긴 양을 삼키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만약에 지금 힘들다면

힘듦의 그릇에 놓인 밥을 먹고 있구나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우리 인생 다 산 거 아니잖아요.

아직 이 삶은 현재 진행 중이잖아요.

고통의 밥그릇만 놓인 사람도, 기쁨의 밥그릇만 놓인 사람도 세상엔 없으니까,

우린 다 골고루 놓인 밥상을 앞에 두고 살아가니까.

그래도 욕심내 본다면 좋은 것이 들어있는 밥그릇의 크기가 훨씬 더 컸으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감기가 유행이래요.

건강 꼭, 챙기시고요.

부디 오늘도 담뿍,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해요, 항상. :)



Barcelona,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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