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부디 우리, 그 바다에서

- 은희경,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by hearida

"고독한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오해한다. 그들은 강하지도 않고 메마르지도 않았으며 혼자 있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 우리는 모두 코코슈카의 잠 못 드는 연인처럼 서로를 껴안은 채 각기 푸른 파도의 폭풍우 속을 떠내려 간다."


- 은희경,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에서



얼마 전에 TV에서

양희은 씨가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들었어요.


전부터 당연히 알고는 있었어요.

그런데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기는 처음이었죠.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평소에도 좀

우울한 공기를 머금은

그런 노래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종종

주책없이 노래를 듣다가 울기도 하는데

이 날도 그랬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마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예전에 혼자일 때는

단순히

앞으로 연애를 못할 것 같아서 슬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저는 곧 결혼하는 걸요.


하지만 그래서,

그래서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다른 누구를 만나서는.


말장난같이 들리실 수도 있는데

아, 그리고 저

지금 제 사람하고 무지 행복하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다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는

사랑할 수 없게 된 거니까.


이 사람하고 익숙해지고

행복해지면 질수록

영원히 새로운 사랑은 없는 거니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갓 피어난 설렘 대신

점점 무르익어가는 감정만 남는구나 하는 깨달음이요.


뭐랄까,

사랑을 하면 할수록

상대보다는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나 아닌 타인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곁에 있어도

오롯이 그 마음을 이해하는 건 어려워요.


대신 그 자리에 남는 건,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들과 내 감정들.


결국 그렇게

타인을 끌어안고 우리는

나, 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거겠죠.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런 우리가.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타인을 품고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자신을 사랑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가요.


부디 우리,

그 바다에서 침몰하지 않기를.

유유히 흘러가기를.


담뿍,

행복하세요.

감사해요, 오늘도. :)



Okinawa, Japa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keyword
hearida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팔로워 4,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