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엄마의 언덕에 서 있는, 이 아침에

-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

by hearida

"상점들이 즐비한 역전 제과점의 아들로 자랐기 때문에 나는 자영업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그들에게는 일의 반대가 휴식이 아니라 손해다. 그래서 그들은 휴일에도, 심야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는다.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당분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 그러니까 매일 일하는 삶이다. 어린 시절에 내가 지켜본 이웃 상점 주인들의 삶은 근면하다거나 성실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들이 아침에 가게 문을 여는 광경은 일출처럼 당연했다. 그러니 어머니가 평생 만든 단팥죽과 팥빙수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조차 못 하겠다. 그 그릇들을 쌓는다면, 아마도 꽤 높은 탑이 되리라. 내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한들, 그 탑 아래에서는 고개를 숙여야만 하겠지."


-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



어느 어머니가 그렇지 않으실까 싶지만

저희 엄마,

저 키우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제가 아주 어린 아가였을 때 혼자되셔서

오직 저를 위해

살아오신 삶이었거든요.


40kg도 되지 않는 몸으로

24시간 중에 20시간씩 일하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건강이 안 좋으세요.


엄마에게는 무심하게

"그래도 열심히 일한 만큼 얻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삶이냐' 하지만

지금의 안온한 삶이 어떻게 얻어졌는지 제가 왜 모르겠어요.


비록 표현이 아주 거칠기는 하지만,

엄마가 세상 누구보다 저를 사랑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제겐 가장 강한 엄마지만 더불어 제 앞에서 가장 약해지신다는 것도요.


그렇게 부비며 지낸 엄마의 언덕을

이제 곧 떠나요.

유학을 갈 때랑은 느낌이 전혀 다르네요.


거리는 훨씬 가까운데

아주 먼 길,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그런 길을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떠나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엄마를 힘들게 하네요.

내일, 입원하면 들어가라 말씀드려도 제 곁에 계실 텐데요.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에요.

음력 생일로 이미 축하는 했지만

축하는 해도 해도 좋은 거니까요.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가득가득 담아서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요.

완성되면 짜잔- 하고 드리려고요.


앞으로 오래오래 사실 거거든요, 저희 엄마.

자주 찾아뵙고

나이 들수록 더 효도할 건데요.


그런데

자꾸 마음이 아리네요.

슬픈 건 아닌데 막 저려요.


그냥 오늘 아침을 먹으며 엄마 얼굴을 보니까

울 엄마가 참 고와서,

그래서 그런가 봐요.


엄마 고운 얼굴 마음에 잘 새겨서

잘, 살게요.

그리고 잘, 할게요.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 감사한 아침입니다.

부디 이 하루도

담뿍, 담뿍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정말 감사해요,

언제나

언제나요. :)



Assisi, Ital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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