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명관, '고령화 가족' 중에서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쳤네요.
무사히 수술 마치고 돌아와
집 앞 컴퓨터 앞에 선, 헤아입니다.
수술.
간단하다 그래서 진짜 만만하게 봤는데
전혀 만만하지 않았어요.
아, 정말 아팠답니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혈압도 떨어지고 무슨 수치도 떨어지고, 휴.
이제 진짜 건강 꼭 챙기고 몸에 좋은 거 먹어야지, 하면서
다시 초콜릿에 눈이 가는 건 왜일까요.
이런 어리석은 인간이라니.
일주일 후면 이사인데
집 떠나기 전에 부모님께 응석만 부리다 가네요.
여하튼 끝까지 불효녀예요, 저는.
어제 퇴원하고 쉬다가
오늘은 좀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짐을 쌓아놓은 방에 들어갔어요.
요즘 내내 짐을 쌌잖아요.
그런데 상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사라지고 나면 이 상자는 어떤 값어치가 있을까?
상자 안에는요.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앨범, 편지, 다이어리 같은 것들.
그리고 순간순간의 기념이 되는 잡다한 것들이 가득했어요.
하지만 이건 오직 저에게만 의미가 있는 거고
만약 제가 없으면
어쩌면 다 버려지고 말 것들이에요.
책은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고
옷도 재활용할 수 있지만
제 추억들은 다시 쓸 수 없으니까요.
자신의 지나온 삶이
많은 이들에게까지 의미가 있으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남들에게는 궁색해 보이는
그런 작은 인생이라 해도요.
저는 한 번
주어진 시간의 그 끝까지
살아보려고요.
저만이 기억하고
생이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질
그런 보잘것없는 생이라도
그래도 저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살아내는 것으로
제 가치를 지켜보려고요.
스쳐 지나가는 모습은 무심해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의미 있는 우리 모두.
추우 날이에요.
그래도 마음은 따스히
얼지 않기를.
부디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언제나요.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