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 모리사와 아키오, '반짝반짝 안경' 중에서

by hearida

"선배는 어떻게 하세요?"

"마음이 아플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요이는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오른쪽 위로 시선을 주었다. 쓸쓸한 추억 이야기라도 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픔은 저항하는 한 줄곧 계속돼. 오히려 아픔의 근원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픔의 근원을 받아들인다……."


- 모리사와 아키오, '반짝반짝 안경' 중에서



요 근래 매일 집에만 있다가

어제는 오랜만에 밖에 나갔어요.

그리고는

책을 보러 서점에 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점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할아버지랑 손잡고 데이트를 하거나

마음이 답답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나

언제나 서점에 갔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점이,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책이겠지만

좋으면서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지더라고요.

애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마 글을 쓰겠다 마음먹었던

그 언저리부터였던 것 같아요.

세상에는 이렇게

눈부신 책과 작가와 글들이 가득하구나.


질투나 자격지심,

패배감이나 열등감.

뭐, 이런 거겠죠.

물 안에서 물을 잡으려 하는 느낌 같은 거요.


어제는 서점에서

아는 지인들의 신작을

두 권이나 봤어요.

솔직히 엄청 부럽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래서

일부러 멀리하기도 하고요.

하여튼 이 불편한 감정을 없애려고

엄청 노력했는데요.


이제는 받아들이려고요.

제가 아직 한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제 노력이 너무 모자라다는 걸.

이걸 인정해야 저도 조금은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무언가를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조여 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그냥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


날이 많이 춥네요.

가뜩이나 쌀쌀한 바람에

아픈 것들이 함께 몰려와

우리를 더 힘들게 하지 않기를.


부디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감사합니다.

언제나 언제나요. :)



Madrid,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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