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나이가 드는 만큼, 매일

- 한강,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중에서

by hearida

"나는 내 삶이 세월과 함께 단계적으로 나아져왔다고 생각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것이 그전보다 나았고, 이혼한 것이 결혼생활보다 나았고, 그 뒤로 그 시인과의 관계, 그 관계의 청산까지, 나는 조금씩 더 강해져 왔어. 비록 나는 지금 이렇게 늙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내가 매우 강하다고 느껴."

에란디스는 잠시 말을 멈췄다.

"왜냐면, 거짓말은 사람을 약하게 하니까. 마치 충치처럼 조금씩 조금씩 썩어가게 하니까. 세월이 흘러도 사람이 강해지지 않는다면 바로 그런 경우겠지. 하지만 난 진실을 택했어."


- 한강,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중에서



저도 그래요.


재밌게도

저나 제 친한 친구 강여사,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린 매일이 전성기야.


지금이 잘났다는 건 결코 아니고요.

그저

예전보다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얘기죠.


거울을 보면, 눈가에 주름도 많아진 것 같고

기미도 올라오는 것 같고요.

이따금씩 속상할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하루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늙어가니까,

어제가 오늘보다는 젊었으니까.


까짓 젊음이 뭐 대수라고, 싶다가도

그 자체로 빛나는 청춘들을 길목에서 마주할 때마다

눈이 부셔서 한참 바라볼 때가 있어요.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싶어서

그 시절을 돌이켜보다

그래도 다시 돌아갈 건가, 제게 물어보면


아니, 아니, 하고

두 손까지 흔들면 힘차게 고개를 젓는

제가 있네요.


누구에게나 청춘은

장미보다 싱싱하고 아름다우면서

그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를 품은 고통이 있죠.


그 시절을 통과하며

실수도 많이 하고 상처도 많이 받고

눈물도 흘리고 실패도 했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젊음을 잃고

매일 나이 들어가는 만큼


조금의 지혜를 더 얻고

진정한 삶을 찾았으니

그래, 됐다, 싶어요.


세월이라는 물로 씻어낸 말간 얼굴로

거짓 없이 세상과 마주할 수 있으니

나는, 괜찮다, 하네요.


부디

앞으로 맞이할 시간만큼

더 강해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언제나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감사합니다. :)


Lisbon, Posrtugal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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