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도 처음은 있듯

- 김언수, '설계자들' 중에서

by hearida

"사창가로 돌아가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걸 여자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알면서도 돌아갔다. 우리는 더럽고 역겹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을 결국 떠나지 못한다. 돈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가 이 역겨운 땅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그 역겨움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저 황량한 세계에 홀로 던져지는 두려움을 견디는 것보다, 두려움의 크기만큼 넓고 깊게 번지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 김언수, '설계자들' 중에서



나라의 공기마다

저마다의 향이 다르다는 걸

혹시 알고 계신가요?


예전에 유학시절에

일본에서도 오래 머물고

미국에서도 오래 머물었는데요.


신기하게도

일본에 도착하면

달달한 간장 냄새가 코끝에 삭- 닿았어요.


미국에서는

고소한 치즈 냄새가

시차에도 적응하지 못한 저를 먼저 덮치곤 했고요.


여행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혹은 크로아티아에서

또 태국이나 네팔에서도요.


몸보다 마음보다 머리보다

그 무엇보다 빨리

그 나라의 향이 코로 스며들어요.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면

글쎄,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저 밑 어딘가까지 이어진듯한

그리움을 닮은, 그런 것.


우리가 결국

그렇게 증오하고 몸서리치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마는 것은


그런 냄새 때문인 것 같아요.

익숙하고 편하게 몸에 배어버린

그 냄새 때문에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우리의 후각은

단 3초면 그 향에 익숙해진대요.


그러니 아무리 낯선 냄새라도

아무리 편한 냄새라도

곧 무뎌진다는 거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그로 인한 외로움도

결국 스쳐가는 것이에요.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도 처음은 있듯,

모든 낯선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요.


그러니 우리 조금은

용감해지기를.

그렇게 알 수 없는 땅에 발을 디디기를.


그러면 그 대지의 향이

인사를 하듯

우리를 감싸 안아 줄 테니.


행복하세요, 오늘도.

담뿍 담뿍 이요.

감사합니다. :)





Osaka, Japa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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