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혁, '바디무빙' 중에서
저는 힘든 일이 있으면 누구에게 털어놓거나 울기보다 저만의 동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홀로 상처를 치료하는 편이에요.
아주 오래전에 정말 힘든 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제가 바란 건 그저 잠시만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친구에게 돌아온 대답은 저의 바람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도 넌 지금 거기에 있잖아.'
'그래도 넌 나보다 낫지, 난 말이야......'
힘들다는 제 한마디 위로 쌓여버린 그 친구의 백 마디 푸념보다 저를 더 아프게 한 건,
제가 이룬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쏟았던 제 땀과 눈물과 노력들을 마치 저절로 얻은 것인 양 쉽게 대하던 친구.
결국 그 친구와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함부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못하게 됐어요.
사람들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겁나기 시작했지요.
혹시 나도 상대를 그렇게 대하는 게 아닐까 무섭더라고요.
제 주변의 사람들이 제가 견뎌온 모든 시간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는 없겠죠.
저 역시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 사람의 지나온 시간을 쉽게 취급하고 멋대로 평가해서는 안 되잖아요.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면 차라리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글과 사람과 삶을 헤아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누군가를 헤아리는 것은 늘 어렵기만 해요.
제 속 하나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사는 걸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마음을 넓히고 넓혀 되도록 많은 세상의 것들을 헤아리며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함부로 오해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두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우리가 흘러온 시간들이 그대로 서로의 마음까지 닿아 누구도 상처 받지 않기를.
그렇게 담뿍, 행복하기를.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