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중에서
성장통을 대체 언제까지 앓았을까.
생각해보니 저는 아직도 자라느라 고달픈 사람입니다.
이십 대 내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긴 시간 집 밖을 떠돌며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오래 했는데요.
그 시절에 힘들 때마다 꺼내보던 삶이 있었어요.
원하는 것은 다 존재하고, 세상의 빛이 모두 저를 향해 반짝반짝 빛나는 삶.
그 생각을 하면 현재의 고통은 모두 잊고 행복해졌기에 자주 그 삶을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보았어요.
덕분에 힘든 날에도 저는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너무 많이 떠올리다 결국 그 삶이 제 것이라 오해하게 될 즈음이었어요.
저를 보호하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드디어 현실에 발을 디디게 되었어요.
늘 그렇듯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자주 넘어지고 아파하고 울고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현실보다 더 힘들었던 건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어요.
제가 별 볼 일이 없어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저를 괴롭혔어요.
그럴 때마다 온 세상이 저를 향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아 저도 무너지곤 했지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던 이십 대를 겨우 지났어요.
절망과 분노에 섞여 무너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던 삼십 대를 힘겹게 거쳤고요.
이제 그 모든 것을 오롯이 두 손에 꼭 쥐고 마음에 담은 채 마흔의 코 앞에 서 있네요.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살았어요.
눈을 크게 뜨면 너무 많이 보이니까.
보이면 보이는 대로 화가 나니까.
보아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은 언제쯤 지을 수 있을까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이 나이 먹고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구나.
때로는 암담해지기도 합니다.
작가라는 말은 아직 한없이 부끄러워 제 옷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네게서 가져갈 테니 벗으라 하면 옷깃을 꼭 쥐고 놓지 못하는 말이에요.
제대로 된 문장 하나 쓰지 못하면서 아이가 잠든 밤에 기어이 글을 또 쓰고 맙니다.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는 글.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어 다시 아이가 있는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가, 그래도 또 무언가 쓰고 싶은 마음에 있던 자리로 돌아오네요.
제 삶은 특별하리라 생각했는데 남들과 하등 다르지 않은 저를 발견하는 매일입니다.
저 역시 그저 그런 사람.
다를 바 없는 마음을 부족한 단어로 천천히 써봅니다.
아팠던 날들과, 현명하지 못하게 앓았던 모습을 적어봅니다.
자주 아프고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앓는 날들이지만, 언젠가 예민한 감각으로 느끼고 마음먹고 나아가 걸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