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인생이란, 마법사의 모자처럼

- 장용민, '궁극의 아이' 중에서

by hearida

"미래를 본다는 건 강물에 흩어진 책을 모으는 것과 흡사한 일이야. 어떤 부분은 휩쓸려 가고, 어떤 부분은 번져서 읽을 수가 없지. 중요한 건 클라이맥스를 찾았다고 섣불리 결말을 예상했다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거야. 질량 보존의 법칙과 비슷하지. 한번 발을 헛디디면 그 아래는 상상 이상의 심연이 있어."


- 장용민, '궁극의 아이' 중에서



스무 살을 떠올리면

금방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선명한데

지금과의 거리를 세어보면

너무나도 아득히 먼 옛날이 되어버렸어요.


그때는

핸드폰도 겨우 통화랑 문자만 되고

다음 카페나 싸이월드가 한창 시작되고

CD 플레이어가 가방에 항상 있었어요.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뱅킹이든 검색이든 다 된다거나

SNS로 남들 사는 모습을 본다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리라곤 상상도 못 할 때였죠.


그런데 친구들과 만나서

우리의 30대가 어떨지 얘기할 때면

다들 마치 오늘 저녁의 일이라도 되는 듯

쉽게 그 모습을 떠올렸어요.


뭐, 회사 다니고 있지 않겠냐?
결혼해서 애 낳고 살겠지.
늙어서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거 아냐?


어쨌든,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하지만 삶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흐르지 않았어요.

살아보니 예측 불가한 일들이

사고처럼 사건처럼 인생에 종종 끼어들었지요.


잘 다닐 것 같던 회사를 갑자기 때려치우기도 하고

결혼해서 애는커녕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기도 하고요.

다행히 눈가에 주름이 살짝 질락 말락,

여하튼 그때 상상했던 무엇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네요.


특히나,

제대로 된 어른으로는

아직 살지도 못하고

그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는 게 다 뻔해 보이고

다가올 미래가

모두 고만고만한 것 같아도

인생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


빠알간 색종이를 넣자

파아란 새가 힘차게 날갯짓하며 나오는

마법사의 모자처럼

무엇도 예상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안심할 수 없지만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한

기꺼이 살아보고 싶은 것.


아무쪼록

우리 사는 매일에

상상도 못 할 기적들이

가득 펼쳐지길 바라며.


부디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항상 감사해요. :)





Zagreb, Croat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keyword
hearida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팔로워 4,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