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파도가 높으면, 넘어가려 말고

-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중에서

by hearida

"다이스케의 행동이 어이없기는 하지만 딱한 마음이 더 컸다. 다이스케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공동체 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한 거부증이다. 도시 같으면 이런 간섭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중에서



요 얼마간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탔어요.

요즘은 먹던 약도 줄이고

건강하게 생활하려고 하는데

그게 되려 탈이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마음의 파도가 너무 높이 넘실 댈 때는

그걸 이기려 들면 안 되더라고요.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면

저절로 나아갈 길을 터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지난 며칠,

게으름을 좀 피워봤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제 숨소리, 제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늘도 보고 바람도 맞고.


그러니까 조금 힘이 생기네요.

다행히 제가 있는 곳은

저녁에 귀가하는 남편 외에는

아무와도 부딪히지 않고 지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외롭기도 하지만.


그냥 혼자서

저에게 물어봤어요.

뭐가 그리 힘든지

뭐가 그리 속상한지

그런 게 있기는 한 건지.


오랜 기다림 끝에 들은 건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나의 무능력과

그럼에도 노력하지 않는 나의 나태, 같은

당연한 대답들.


그렇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결심한 게 있는데요.

당분간은

그냥 멋대로 살 거라는 거예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을

멋대로 주무르려 하지 않고

없는 능력을 쥐어짜며

억지로 노력도 안 하고

그냥 세상이 이끄는 대로 휩쓸려 보려고요.


물에 빠졌을 때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바닥에 닿아요.

그러면 그때

톡, 하고 발로 차서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 것처럼요.


일단은 뭐든

맡겨보려고요, 흐름에.

그 흐름에 익숙해질 때 즈음엔

다시 그걸 거스르는 법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금 너무 힘들다면

너무 고되게 힘내려 하지 않았으면 해요.

힘들면 주저앉아 쉬어도 되고

잠시 그대로 흘러가도 돼요.

그렇게 쉬어도 돼요.


다시 월요일,

봄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그런 고운 한 주 되시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랄게요.


무엇보다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언제나요. :)




Sibenik, Croat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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