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용, '사람 건축 도시' 중에서
작년부터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며칠 전에는 한의원에 갔어요.
아주 어렸을 때 빼고는 입에 대본 적도 없는
쓰디쓴 한약을 받아
집 한쪽에 가득 쌓아뒀네요.
한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천성적으로
담이 작고
변화를 싫어하고
속으로 삭히는 사람이라고요.
하긴, 생각해보면 저는
뭔가 바뀌는 걸 싫어했어요.
급하게 정해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일상이 늘
예측 가능한 상태이길 바랬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요,
체육이나 음악이나 미술 수업은
교실을 바꾸잖아요.
오죽하면 그런 것도 싫어했다니까요.
뭐, 게을러서일 수도 있지만요.
삶이 언제나
제가 제어하는 대로 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저,
제 인생이 뻥 뚫린 도로이기보다는
오래 드나들어진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빨리 달려야 하고
급히 멈춰야 하고
사람은 적고
경적소리만 가득한
그런 도로가 아니라
마주오는 사람과 인사도 하고
길 한구석에 핀 꽃도 보고
손 끝에 닿는 바람도 느끼고
많은 이의 발에 오래도록 다져진
그런 단단하고 포근한 길이었으면.
표지판에 나온 목적지만
무작정 쫓지 않고
저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지
궁금해하며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부디 그런 길이었으면.
기분 좋은 금요일,
다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해요, 항상.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