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나라는 세상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중에서

by hearida

<어떤 경우>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중에서



이제야 인정하는 거지만,
저 사실 SNS를 엄청 했어요.

그래서 엄마랑 유유에게 걱정을 많이 들었죠.


남들 사는 모습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

혹은 시시껄렁한 유머...


저와는 아무 상관없고

안 본다 한들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데


잠시 짬만 나면

또 핸드폰을 손에 들고

그렇게 작은 화면 속 세계로 빠져들었네요.


SNS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확실하게 체감하는 부작용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하나는, 단문에 익숙해진다는 거예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또 긴 호흡의 문장이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책 한 권을

제대로 다 읽어내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이 책 저 책 집적거리다 끝나버리곤 했죠.


또,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얼굴을 안 보고 눈을 안 마주치고

자꾸 고개 숙여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자꾸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요.

화면 속 멋지게 사는 사람들과 저를요.


물론 알고 있어요.

저 사람들도 다 고민이 있고 슬픔도 있고

삼시세끼 밥 먹고 화장실도 가고 그럴 거라는 걸.


그런데

찰나의 순간에

뽀오얀 필터를 입혔을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종종 부러워지곤 하대요.

배도 아프고 가끔 짜증도 나고

나는 뭐 했나 싶고.


뭐든 잘만 쓰면 좋은 건데

순기능도 참 많은데

언제부턴가 독이 되는 일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많이 줄였어요.

아예 안 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딱 재밌을 정도만 해요.


그 대신에

책도 읽고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또 생각을 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도 늘었어요.


요즘은 남들 잘 사는 모습을 봐도 괜찮아요.

'아, 그렇구나. 좋겠다' 하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졌어요.


아마 제 마음이 편해서인가 봐요.

제 삶의 중심이

남보다 제게 더 가까워졌기 때문에.


무작정

화려함만을 쫓아

타인만을 따르다


그렇게

나를 잃어버리고

세상에 묻히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나니까,

남처럼 될 수도 없고 되기도 싫으니까,

나만이 가진 힘을 믿고 또 믿으니까.


어떤 경우에도

내가 한 사람임을,

한 세상임을 잊지 않으려고요.


내가 하나의 세상인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나로 살려해요.


우리는 모두

온전한 하나의 우주,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한 세상임을.


그러니 부디

오늘도 담뿍,

그렇게 담뿍 행복하기를.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항상 진심으로요. :)



Vienna, Austr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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