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벽은, 허물어지지 않겠지만

- 이사카 코타로, '그것도 괜찮겠네' 중에서

by hearida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착합니다."

- 이사카 코타로, '그것도 괜찮겠네' 중에서




그 전에도

여행을 참 많이 다녔는데

이상하게도

여행의 시작, 하면

크로아티아가 떠올라요.


그곳에서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겠죠.

정말 좋았거든요.

아직은 들으면 한없이 낯설기만 하던

그때의 크로아티아.


도시마다 멈춰

오래된 거리 곳곳을 천천히 거닐 때면

긴 시간을 버티고도 끄떡없는

두꺼운 돌벽의 무게가

매번 새롭게 느껴지곤 했어요.


이 사이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걸어갔을까,

또 이 안에

얼마나 많은 이가 머물렀을까,

그런 생각을 했지요.


그렇게 벽을 바라보다

또 창을 바라보다

한 번은 하늘을 바라보다

한참 후에야

틈으로 피어난 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벽은 한없이 두껍고

스쳐간 이들은 이미 없지만,

벽과 벽 사이

그래도

꽃은 피어나는구나 싶었죠.

가끔은

익숙한 이 하늘 아래서도

무수한 벽을 느껴요.

아주 두껍고 견고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벽.


제 벽은 허물어지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벽도 그렇겠지요.

어쩌면 우린 그렇게

차가운 벽 사이에서

영원히 헤매겠지만,


가끔은

작은 꽃이 한 송이쯤

피어나도 좋겠지요.

당신과 나
우리의 벽에도 말이에요.


헤매다 지친 발걸음이

꽃향기로 위로받는,

그런 밤도 있으면

그럼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밤이

당신의 오늘이었으면,

그렇게 담뿍 담뿍 행복했으면.

감사해요, 언제나. :)



Porec, Croat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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