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

- 안도현, '연어' 중에서

by hearida

"이유 없는 삶이란 없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 안도현, '연어' 중에서



환한 태양이 진 후의 칠흑 같은 암흑,

꼭 그 속에 갇혀있는 것만 같던

그런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보내던 하루는

참으로 길고

또 길기만 했네요.


하지만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조금씩 주변이 보이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조용한 달빛과

무수한 별빛이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어둠도 무섭지 않은 날이

그런 날이 오더군요.

잃는다는 건,

모든 것이 사라져

무無가 된다는 게 아니었어요.


그 시절엔 참 많은 걸 잃었지만

그로써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었죠.


빛이 없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시간을 통과하니


빛이 없는 나는

어둠의 일부로서

달과 별의 배경이 되었음을 알았네요.


이유 없는 삶이란 없는 것,

나의 삶도 그런 것,

당신의 삶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 우리,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 존재하는 것.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하니

빛을 잃어도 여전히 눈부신 것.


오늘

당신의 하루에

빛이 가득하기를 바라요.


하지만

만약

그 빛을 잃더라도


당신의 배경이 되는 세상과

또 세상의 배경이 되는 당신이

한없이 아름답기를.


그렇게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감사해요. :)


Zurich, Switzer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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