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중에서
손목이 많이 아파요.
지지난주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요.
낫지를 않길래 병원에 갔더니 염증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건초염이라는데 많이 쓰면 안 된다고요.
깁스를 할 거냐고 했는데 일단 보호대만 착용했어요.
생활하는 데 불편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영 낫지를 않아서 진짜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타자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살림을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이런 말을 하니까 웃기죠.
제가 뭐 대단한 살림꾼이라거나 주부로서의 의무감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주변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아침 청소에만 한 시간 반이 걸려요.
일주일에 한 번은 대청소, 이불빨래, 삶기 등등 잊지 않고 하고요.
거기에 몽실이 집 정리하고, 화분도 가꾸고, 요리도 하고요.
집에서도 엄청 바빠요.
이것도 병이죠, 뭐.
가끔 걱정하는 소리를 듣곤 해요.
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요.
그러니까 성격과 관련된 거죠.
그리고 그에 기인한 행동 같은 거 말이에요.
왜 내성적이냐,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살려고 노력하라 하기도 하고요.
성공해라, 근성이 있어야 한다, 세상과 부딪혀라, 그리고 거기서 이겨내야 한다 등등.
이런 이야기는 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어요.
주변 사람들.
특히, 나를 아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죠.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싫어요.
저를 바꾸는 거요.
물론, 저도 부족한 점이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그냥 제 있는 그대로 살고 싶어요.
굳이 외향적이 되거나, 일부러 세상과 싸우거나, 혹은 그 싸움에 대비하고 싶지 않다고요.
대단한 부자가 되거나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는 것도 관심이 없는 걸요.
그런 걸로는 저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니까요.
이런 절 못마땅해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죠.
그게 제가 부족한 것인 양 이야기하는 건 아무래도 속상해요.
애정 어린 비판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요.
사실 저에게는 너무 아픈 화살이 되어 박히거든요.
그러고 보면 제가 아직 정말 모자라긴 한가 봐요.
그래도 있죠.
전 제가 좋아요.
지금의 제가 좋아요.
이렇게 저를 사랑할 수 있기까지 정말 힘들었거든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먼 길을 걸어 겨우 여기까지 왔어요.
거창한 꿈이 없더라도 열정적이지 못하더라도 화려하지 않더라도요.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거 저한테는 참 쉽지 않았어요.
자신을 잘 아는 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한 거라 믿고 싶어요.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저를 사랑한다는 거예요.
상처받은 저를 포근히 안아주고 따스한 말을 건네는 나의 사람들.
덕분에 긴 시간을 견뎌왔고 또 지금을 살고 있어요.
바꾸지 않는 것,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진짜 사랑이란, 분명 이런 거겠죠.
있죠.
저, 다시 한번 말할게요.
괜찮아요.
저 말이에요.
그리고 괜찮을 거예요.
당신도요.
분명, 분명히요.
우리는 항상 괜찮은 걸요.
그러니 자신을 믿고 나아가요.
힘, 내요.
담뿍, 담뿍 행복해요.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