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바람이 몸을 흔드는 날에도

-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 중에서

by hearida

"아, 다행이다. 포포도 갈 수 있다니, 최고네! 갑자기 기대가 되기 시작했어. 설레는 일이 있으면 감기 따위 휙 날아가버리지."

바바라 부인이 빠르게 떠들었다.

"포포, 오늘도 멋진 하루!"

그 순간, 아침 해가 복도 창으로 들어왔다. 쨍,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릴 것처럼 강렬한 빛이었다. 눈이 부셔서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허공을 떠도는 먼지조차도 아름다웠다.


-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 중에서



저는 며칠 전부터 치앙마이에 와 있어요.

여기 참 좋네요.

곳곳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참 예쁜 도시예요.


아, 마냥 즐겁기만도 모자란 여행인데요.

사실 그렇지 못하네요.

여기 와서 이명증이 도졌어요.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기만 해도 뱅글뱅글 뱅글뱅글-.

세상이 팽이보다 빠르게 돌아요.

그러다 꼭 저를 지구 핵까지 끌어당길 것만 같아요.


집이었다면 얼른 병원에 갔겠죠.

아니면 종일 집에 가만히 누워있기라도 했을 텐데요.

여기까지 와서 그러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걷다가 앉으면 발바닥에 화악- 열이 오를 만큼요.

종아리에 볼록, 부레옥잠 같은 알이 떠오를 만큼요.


그런데 정말 신기해요.

설레는 일이란 마치 진통제 같아서 아픈 걸 싹 잊게 하네요.

감기 따위 휙 날아가듯 말이에요.


비록 밤이 되어 침대에 누우면 조금 힘들긴 하지만요.

참 감사해요.

이런 오늘이 제게 주어진 거요.


치앙마이는 지금부터 좋은 계절이에요.

밤에 비가 내리고 아침이면 맑게 개어 있어요.

빗물이 모든 때를 벗기고 말간 하늘을 보여줍니다.


그런 하늘은 그 자체로 그림이 돼요.

그 하늘 아래서는 모든 게 반짝반짝 반짝반짝.

환한 빛이 나네요.


사진으로도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도무지 다 담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슬프기도 또 더없이 아름답기도 한 날들이에요.


한국은 많이 춥죠?

바람은 에일 듯이 차게 불어 몸을 흔들더라도

부디 햇빛이 마음 깊은 곳까지 따스히 비춰주기를.


고운 하늘에 진심을 담아 전해봅니다.

곧 돌아갈게요.

아무쪼록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




Chiang Mai, Thai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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