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그 계절의 당신에게, 안녕

- 에쿠니 가오리, '호텔 선인장' 중에서

by hearida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 에쿠니 가오리, '호텔 선인장' 중에서

가끔

선명한 꿈을 꿀 때가 있어요.


흑백이던 나의 시간에

때로는 밝게 때로는 어둡게

색을 칠해

그림으로 남게 했던 당신.


멈춰있던 나의 날들에

따스한 햇살과 살을 에는 추위를

한없이 반복해

사계를 만들었던 당신.


비어있던 나의 마음에

살포시 쿵하고 강하게 쿵하며

메울 수 없는 구멍들을 내어

추억의 방으로 채워준 당신.


그런 당신들이

이제는 당신이 아닌 나의 당신들이

꿈에 찾아와

안부를 묻곤 해요.


우리는

하나의 계절을 함께 통과했고

그 시간은

조금은 씁쓸하고 아릿한 흔적을 남겼지만


덕분에 나는

그로 인해 나는

다양한 색과 온도와

헤아릴 수 없는 추억을 지닐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는

길고 긴 터널 끝에 누군가를 만나

그가 나의 당신이 되어

우리만의 새 계절을 만들어 내었어요.


네, 나는 잘 지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그 계절을 함께 보낸
아름다운 당신.


이제, 안녕.

부디 안녕히.



Prague, Czech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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