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더 어른이 되지 않더라도

- 김민철, '모든 요일의 기록' 중에서

by hearida

"왜 이렇게 시간은 무정형이지. 왜 이렇게 나는 휘청일까. 사소한 상처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나이가 분명 있을 텐데. 울음이 멈추는 나이가 나에게도 분명 올 텐데. 그건 또 언제인가. 60이 되면 괜찮을 것만 같았다. 고요한 시간이 드디어 내게도 찾아올 것 같았다. 어떤 자극이 찾아와도 무심하게 고요하게.'


- 김민철, '모든 요일의 기록' 중에서



저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어요.


빨리 시간이 흘러서

서둘러 진짜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스무 살 즈음이었는데

그때는 모든 게 다 흔들렸거든요.


어른들은 스무 살이 되면

대학에 가면 행복해질 거라고 했는데


막상 발을 들여놓은 새로운 세계는

온통 혼돈 그 자체였어요.


아무것도 즐겁지 않았고

어디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던 그때,


모두가 어지러이 돌고 돌아

중심을 잡을 수 없던 그 시절.


그래서 어서 서른이 되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서른이 되면 나도

또 주위 사람들도


모두 다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흐르고 흘러


저도 서른을 지나 삼십 대도 반을 훌쩍 넘겨

어느덧 서른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곳을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사랑에 눈물짓기도 하고

일에 미쳐도 보고


가정도 꾸리고

뱃속에는 새 생명이 자라는데


여전히 이 마음은 흔들흔들

종종 어지러워 걸음을 멈추곤 해요.


그러다 또 생각합니다.

60이 되면 나아지려나.


하지만 알고 있어요.

그럴 일은 없다는 걸.


60이 되어서도 70이 되어서도

흔들리는 날에는 흔들리겠지요.


그러다 어지러우면

또 주저앉기도 하겠지요.


무심하고 고요하게

그렇게만 살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그러니 자꾸

먼 훗날의 어느 날을 기웃거리기보다


오늘 있는 이 자리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더 어른이 되지 않더라도

호호 할머니가 되지 않더라도


너무 어지럽지 않게

지금 이 순간을 잘 살 수 있게 말이에요.


날이 너무 덥네요.

아무쪼록 건강 꼭 챙기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담뿍

담뿍 행복하시길. :)



Barcelona,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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