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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Nov 11. 2018

너의 기저귀를 갈다가

2018년 11월 9일의 편지

사랑하는 수민이에게.


세상에 태어나 40번째 하루를 지나고 있는 소중한 나의 딸.

오늘 우리 수민이는 이전보다 한 단계 큰 기저귀를 차기 시작했어.

신생아용 기저귀가 벌써 꼭 끼도록 살이 통통히 오른 네 보드라운 배와 엉덩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만지고 만지다 엄마는 결국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단다.

그리곤 또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어.


그래, 네가 커갈수록 그렇게 모든 게 작아져만 가겠지.

옷, 양말, 모자, 손싸개, 침대, 카시트 모두 작아지겠지.

그러다 집도, 너를 둘러싼 세계도, 결국 엄마 아빠까지도 작아지고 말 거야.

그렇게 한쪽에서 모든 게 다 작아져 사라지는 동안, 이내 다른 곳을 향해 열린 작은 틈 사이로 너는 또 훌쩍 자라겠지.


그래도 수민아.

엄마 아빠는 마냥 주저앉아 작아지는 걸 두고 보지만은 않으려 해.

너를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커지려 해.

마음도, 꿈도, 품도, 엄마 아빠의 세계마저도 더 크게 만들어보려 해.

그리하여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너와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하지만 만약에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의 세상이 네게 한없이 작아 너무 답답해진다면 말야.

그땐 아무 고민 없이 너른 세상으로 훨훨 나아가 주겠니.

그런 날이 오면 부디 작고 작은, 하여 남겨진 엄마 아빠를 보며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커버린 너를 작은 우리 품에 가두지 않기를 엄마 아빠는 바라고 또 바랄 테니.


아직은 꼭 안으면 부서질 듯 작디작은 나의 아가야.

지금 네가 주는 이 거대한 행복만으로도 엄마와 아빠는 이미 세상을 다 가졌단다.

네 삶의 가장 여리디 여린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단다.

그러니 작아지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않고 언제나 씩씩하게 너의 삶으로 나아가기를.


사랑해.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해.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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