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불안을 신발삼아 걸어 나가요

-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중에서

by hearida

"불안하지 않나요?"
"예술가에게 불안은 신발 같은 거니까요. 어딜 가든 걸으려면 신발이 필요하죠."


-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중에서


예전엔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자려고 누우면 까만 어둠을 틈타

세상의 온갖 나쁜 것들이 저를 찾아올 것만 같았거든요.


두려웠어요.

그 나쁜 것들이 제 발목을 잡고 방문을 걸어 닫아

저를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둘 것만 같아서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고민이 많은 밤이면 여전히

한숨도 잠들지 못하는 그런 밤을 보내곤 해요.


지난밤도 그랬어요.

곁에서는 신랑이 코를 골고

어린 아가는 작은 손으로 제 팔을 꼭 쥔 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데


핸드폰 액정의 숫자가

1이 되었다가 2가 되고 3이 되고

결국 4를 넘길 때까지 잠에 들지 못했어요.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입을 크게 벌리고 저를 집어삼키려 하지만

이제 뒷걸음질 치고 숨을 수만은 없겠지요.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으니까요.


모든 걸 떨쳐버리고

항상 즐겁게 씩씩하게만은 살 수 없지만

제가 지닌 불안을 신발삼아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힘내요, 두려운 우리 모두.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건 당신 혼자만은 아닐 테니

그런 밤엔 우리가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봐요.


아직 많은 것이 혼란스러운 날들이지만

그럼에도 담뿍 행복하시길.

언제나 언제나요. :)


Seville,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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