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중에서
누구나 자다가 이불을 차 버릴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 하나쯤은 있을 텐데요.
저야 뭐, 어디 하나뿐이겠어요.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빌려서 세어도 부족할 만큼
낯부끄럽던 순간이 지난 기억에 가득합니다.
배수구 구멍이 힐이 끼어 그대로 굽이 뽑혀버린 일도 있고
지하철 문에 얼굴이 끼인 채로 그대로 달릴 뻔도 했고
러브레터를 전했더니 상대가 면전에서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얼굴에 수박씨를 묻힌 채 도도한 척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런 거야 금방 잊히잖아요.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다 꺼내놓으면 같이 박장대소할 일이죠.
하지만 진짜 부끄러운 건 전혀 다른 데 있더라고요.
없는 것을 있는 척하느라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그러다 결국 너무 뻔한 거짓말이 되었을 때,
모르는 것을 아는 척했지만 결국 모두가 나의 무지를 눈치채거나
잘못을 해놓고 민망함에 되려 화를 내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되었던,
그런 순간은 오래도록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지는 것 같아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들춰볼 때마다 마치 오늘처럼 생생하게 얼굴이 붉어집니다.
엉망인 알맹이를 숨기려 온 힘을 다해 포장하고 보니
포장지가 투명이어서 속이 다 보이는,
모두가 나의 거짓말에 속았다고 안심하고 집에 돌아와
불현듯 상대가 스치듯 지었던 비웃음을 떠올리는,
불덩이를 삼킨 듯 뜨겁고 딱딱한 무언가가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욱 하고 올라오는,
그런 부끄러움에 오랫동안 밤잠을 설치다 제가 깨달은 건
모를 때는 모른다고
잘못을 하면 우선 미안하다고
없는 것은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가장 덜 부끄럽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결핍이 존재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는 우리의 가치가 무너질 수 없지요.
다만 감추고 아닌 척할 때
그제야 그 결핍은, 그 무지와 그 실수는
결점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게 돼요.
제주의 돌담은 빈틈 사이로 바람의 자리를 내어주어
어떤 태풍이 와도 스러지지 않는다고 해요.
부족함과 모자람마저 있는 그대로 끌어안을 때
그것은 더없는 힘이 되어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게 단단히 지켜줄 테니
우리, 너무 애쓰지 말아요.
당신의 빈틈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잊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해요.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