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려령,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중에서
와, 정말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조심해야겠는걸요.
자칫 적으로 만들면 나중에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예전엔 저도 그랬어요.
미워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다 마음에 담아두고 곱씹곤 했지요.
'네놈이 나한테 그랬어? 너 어디 잘 되나 두고 보자!'
생각이 날 때마다 이렇게 소심한 저주를 퍼부어댔답니다.
그런데 제가 간과한 게 있더라고요.
제 마음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좁다는 거요.
간장 종지만 한 곳에 나쁜 생각들을 꾸역 구역 쌓아두니 정작 있어야 할 것들이 밖으로 밀려났어요.
사랑하는 사람들, 미래에 대한 희망, 나 자신에 대한 관심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안 좋은 생각들을 잘 수거해 밖에 버리기 시작했어요.
마음 버전 '신박한 정리' 같은 거죠.
한때는 제 모든 시간을 쏟아붓던 미움과 또 제가 온 힘을 다 했던 원망들을 치워버렸어요.
어느 순간부턴가는 뉴스도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안 좋은 뉴스들을 보고 있자면 힘들거든요.
그러지 않으려 해도 마음에 자꾸만 어두운 그늘이 생기고 무너져 쓰러지는 자리도 생기는 탓입니다.
마음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그곳을 어떻게 잘 쓸지만 생각해요.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로 마음을 꾸미고 있어요.
그리고 남는 자리가 있다면 그건 그대로 둬요.
꽉 찬 것보단 조금 부족하고 비어있는 틈을 통해 마음도 환기가 되는 것 같아서요.
비어 있어서 모자란 것이 아니라 비어 있기에 여유로운 사람.
여백으로 스스로를 행복하게 채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속이 넓은 당신께.
부디 욕하는 사람들을 꽉꽉 담아두어 숨이 턱턱 막히는 그런 오늘은 되지 않기를.
안 좋은 기분은 잘 털어내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잘 채운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그 남은 공간에 봄바람이 살랑, 불어 당신을 기분 좋게 하기를.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