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중에서
아주 작은 세계 속에 살다가
아이를 낳고 나니
저를 둘러싼 세계가 자꾸만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고 있어요.
확장된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네요.
그토록 피하고 멀리하던
낯선 이들을 말이에요.
곁 치레하는 관계,
입에 발린 소리,
무의미한 힘겨루기,
과시하고 내세우고 미워하는 마음...
그런 것들이 정말 싫은데
무리에 섞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뻔하디 뻔한 인간이 되어
돌아서면 후회하는 날들의 반복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말을 줄이고
섣불리 상대를 판단하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느긋하게 따라가는 것이에요.
조급하게 나를 알리려 하지 않고
성급하게 상대를 알려하지 않고
판단은 뒤로 미루고
그저 모든 것에 진심을 다하는 거예요.
그뿐입니다.
아무래도 제게는
그것뿐인 것 같아요.
시간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겠지요.
밤이 깊어지면 세상이 온통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다시 아침이 오면 곳곳에 해가 비쳐
틈에 숨은 작은 존재까지 알 수 있듯
우리도 이 밤을 통과하면
구석구석까지 빛이 닿아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진심까지도
자연스레 드러나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러니 부디
너무 빨리 다가서거나 멀어지는 일 없이
이 밤도 오래도록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