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 '장수 고양이의 비밀' 중에서
우리 모두 마음에 저마다의 우물 하나를 가지고 있어요.
빛도 들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때로는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될 만큼 아주 깊고 검은 우물 말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모진 말과 시선에 상처를 받는 날에는 종종 그 우물로 찾아가곤 했습니다.
신경 쓸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마음껏 아파해도 괜찮았습니다.
실컷 울고 소리치며 욕을 해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있다 보면 '괜찮아, 괜찮을 거야' 하고 스스로 일어설 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는 사랑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훨씬 긴 요즘입니다.
하지만 가끔 우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그 우물에서 한없이 우울하여 엉망이 된 채 슬픔과 괴로움으로 뒤범벅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울고만 싶은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제 자리에 있습니다.
상처 받는 날에도, 마음이 아픈 날에도
우물까지 갈 수가 없어서 나도 그만 오이처럼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처참할 정도로는 상처 받지 않는다지만
설령 상처 받는다 해도 무너져 아파할 도리가 없어 아닌 척 무심히 서 있는지도.
우물에 너무 오래 머물다 밖에 나오면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는데
밝은 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그건 그대로 눈이 피로해지기도 하나 봅니다.
서늘한 얼굴로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우는 법도 잊기 전에
그러다 우물에 물이 다 마르기 전에
가끔씩은 찾아가 펑펑 울어주면 좋겠습니다.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