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윌트셔, '꽃은 알고 있다' 중에서
일회용 제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장을 볼 때는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설거지를 할 때도 세제는 최소한으로,
빨래는 한 번에 모아서 하기 등등.
살림을 하며 정한 규칙들이 있어요.
가능하면 지구에 해를 입히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 바람과
내 아이가 자랄 세상에 대한 염려가 담긴
저만의 친환경 생활 지침이랄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녁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며 재활용품들을 볼 때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과 함께
마음이 답답해지고 걱정이 많아집니다.
예전에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 웅장함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보지 못했고
자연의 소중함 따위 나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러니 그것이 어그러졌을 때의 공포를 알 리 없었지요.
처음으로 자연과 제대로 대면한 건 2011년 일본 대지진 때였어요.
출장으로 일본 토치기현의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었거든요.
느닷없이 땅이 흔들리더니 멀쩡히 서 있던 차가 구르기 시작하고
지척에 있는 바다의 수면은 매 초마다 몇 미터씩 올라가고 있었어요.
하루아침에 마을 하나가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던 그 순간,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로 인해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진 못했지만
적어도 자연을 거스르는 삶을 살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들썩이는 요즘입니다.
자연재해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력한 감정이 앞서고
전쟁이나 테러는 슬픔과 허무함이 강한데 비해
이런 바이러스의 공포는 인간의 광기를 마주하게 돼서 한층 더 공포스러워요.
저는 과학은 영 모르기에
그저 남들만큼의 정보와 남들만큼의 줏대밖에 없어서
자주 흔들리고 두려워하며 한껏 움츠린 채 살고 있어요.
그저 빨리 이 사태가 수습되기만을 기다릴 뿐이지요.
입자나 균류, 꽃가루나 포자, 혹은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이 늘 우리 몸에 붙어 있어요.
제가 매일 세상에 내버리는 쓰레기처럼
자연도 우리에게 항상 흔적을 남기고 있어요.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남기는 흔적이
좋은 것이 많았으면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는 만큼은 그래도.
두려운 것들은 자연의 깊숙한 품에 남겨둔 채
너무 파헤쳐지지 않은 채로,
티 없이 맑은 하늘과 풍요로운 대지와 깊고 넓고 깊은 바다는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곁에서도 여전히 남아있기를.
항상 감사합니다.
담뿍 행복하세요.
무엇보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