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atia_DubrovnikⅧ
군둘리치 광장에서 열리는 그린마켓에 갔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각종 장식품과 먹을거리와 재미난 소품들을 구경했다.
두브로브니크를 기억하기 위해 집에 걸어둘 작은 그림 한 장을 사고, 이어서 숙소에서 먹을 과일도 조금 사기로 했다.
적당히 둘러보다 유난히 싱싱해 보이는 가게에서 복숭아와 포도를 골랐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자꾸만 이것도 먹어보라며 다른 과일들을 비닐봉지가 비어 나오도록 담아준다.
커다란 체구만큼이나 풍성한 인심이라니.
엄마는 자꾸 손을 내젓는다.
괜찮다, 다 못 먹는다는 말을 한국어로 했다가 영어로도 해봤다가 기어이 온몸으로 전해 본다.
그렇게 더 주려는 자와 못 받겠다는 자의 실랑이가 한참 동안 이어진다.
주변의 상인들이 다가와 우리에게 그냥 받으라고 손짓을 한다.
결국 모두가 웃고만 한낮의 줄다리기는 우리의 패다.
아직 동양인이 낯설던 시절의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타지에서 온 낯선 이들에게 선뜻 마음을 연다.
포근한 기분이 든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는 생각.
좋은 사람은 어디에도 있다는 깨달음.
크로아티아에 머무는 동안 나는 늘 배불리 과일을 먹었다.
각 도시의 그린마켓에 가면 싱싱하고 싼 과일들이 도처에 가득했고
머무는 숙소의 주인들은 마당의 과일은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며 모두 후한 인심을 베풀었다.
그 덕에 내 몸에선 늘 달큰한 향이 맴돌았다.
과일의, 레몬과 복숭아와 무화과와 포도 향이.
또 그것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사람들의 포근한 향이.
돌아와서 긴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그때의 과일맛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직도 무화과를 볼 때마다 크로아티아 다섯 글자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과일 이상의 달콤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겠지.
세상을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을 그저 느릿느릿 살아가겠다.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그리하여 이 삶을 누구보다 신나게, 행복하게, 충실하게
언제나 나답게 살아가리라는 약속.
올리바 피자Oliva Pizza에서 올리바 피자와 마르게리따 피자를 사 왔다.
우리만의 전용 발코니에서 식사를 한다.
엄마와 아빠와 나는 머리를 모으고 내일의 계획을 의논한다.
그리곤 이내 몸을 의자 뒤로 젖혀 주변을 둘러본다.
우리가 본 것들과 느낀 것들과 웃음이 났던 상황들을 공유한다.
서울에서의 대화는 늘 마지막에 날이 선 채 끝이 났다.
그때는 왜 그랬냐며 탓하거나, 앞으론 어쩔 거냐며 닦달하다 결국 얼굴을 붉히기도 자주 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는 내내 부드러운 원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우리가 지닌 말의 모서리를 닦아 둥글게 만들어 서로에게 건네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여행이니까.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니까.
그때 우리의 영혼은 어떤 빛이었을까.
서로의 색이 어울려 먼 곳에서 바라보면 무지개처럼 반짝이고 있진 않았을까.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