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가장 좋은 언어는, 침묵

- 기자라 이즈미,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중에서

by hearida

"달걀처럼 흰 껍질에 누구나 잘 아는 모양인데, 그 안은 모르는 것으로 가득했다. 알고 싶은 것은 깨버린 후에 흘러나올 내용물이 아니라, 껍질에 감싸인 채 안에 들어 있을 내용물이었다. 흰자와 노른자가 껍질 안에서 어떤 형태로 뒤얽혀 있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 기자라 이즈미,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중에서



말을 많이 하고 온 날은 종일 어지러워요.

속을 다 내보인 것 같아서.

가려야 할 비밀까지 전부 내비쳐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모든 게 발가벗겨진 것 같아서.


그런 날엔 밤이 되도록 부끄러움과 후회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잠자리에 누워서도 오래도록 뒤척이다

끝내 이런 생각에 다다르게 돼요.

내 안의 말들을 보여주기 위해 너무 노력하지 말자고요.


나를 좀 알아달라며 마음을 다 쏟아내 버리는 것보다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싶은.

하여 가장 좋은 언어는 침묵일지도 모른다 생각되는.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생각에 사로잡혀 다소 게을렀던 요즘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성실하게 부지런히 글을 쓰려해요.


내 빈약한 언어로 이 부족한 마음을

다른 이의 글에서 훔쳐 쓸 수밖에 없는 날들일 지라도

그냥 그렇게 살아보려 합니다.

그래도 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면서.


비가 왔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더웠다가

알쏭달쏭한 하늘 아래서

오늘도 담뿍 행복하세요.


Paris, France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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