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밝은 밤' 중에서
십이월의 첫날이네요.
뭘 했다고 벌써 올해의 한 달도 열한 번이나 지나 마지막 열두 번째 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쏜살같이 흘러버린 시간을 후회하고 지나간 열한 번의 달들을 아쉬워했지만,
또 한편으론 남은 한 번의 달 속 서른하나의 낮과 밤을 열심히 살겠다 다짐했어요.
다음 해의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우고요.
묵은 생각과 물건들을 치우고 빈자리에 새 것들을 채우는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다시 그저 그런 삶이 시작되지요.
힘이 잔뜩 들어가서 마구 달리다 갑자기 주저앉아 나태해지기도 하고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또 어느새 12월 1일이 되곤 해요.
늘 무언가 되기를 바랐지만 결국 되지 못한 날들이에요.
화려하고 빛나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끝내 평범해지고 말았네요.
쿨하지도 뜨겁게 타오르지도 못한 채 뜨뜻미지근한 일상을 살고 있어요.
그래도 그 미온의 공기 속에 사랑하는 이들과 제가 무탈히 잘 지내고 있으니 그저 감사한 날들입니다.
우주에서 본다면 저는 티도 안나는 아주 작디작은 존재잖아요.
결국 지나가는 사람이겠죠.
아무리 흔적을 남기려 해도 결국 이 땅 위에 점 하나 새기지 못하고 그저 스쳐가는.
그리고 이 글도 그저 지나가는 글일 거예요.
수많은 글들 속 티끌보다 가벼운.
온 힘을 다해 쌓은 성이 작은 파도 한 번에 무너져버려도 아무 의미 없는 건 아닐 거예요.
바다 깊숙한 곳까지 흘러내려 빛내지 못하고 그저 잠든다 해도 우리 그 순간 최선을 다했으니.
누구도 기억 못 하는 삶이라도 내가 살아냈고 누구도 기억 못 하는 글이라도 내가 써냈으니.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이렇게 잘 살아있으니.
괜찮아요. 감사해요.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우리의 고통이 서로 부딪혀 눈처럼 녹아 사라지길.
한숨마저 따스한 온기로 닿는,
언젠가 별이었을 우리가 가끔은 반짝 빛을 내는
그런 12월이었으면.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