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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Aug 21. 2022

『커스터드』의 도시락이 먹고 싶다

- 가토 겐,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조용한 마을을 걷다 보면 언덕 초입, 빌딩과 빌딩 사이에 자리한 낡은 목조 주택. 연노란색 차양이 드리워진 그곳에 『커스터드』라는 작은 가게가 있다. 이름도 인테리어도 영락없는 케이크 가게지만,  사실은 도시락을 팔고 있다. 살갑지 않고 조금은 우악스럽게 생긴 주인 할아버지가 늘 자리를 지키다가 무슨 이유인지 초봄 무렵부터 무뚝뚝하고 쌀쌀맞아 보이는 젊은 여자가 가게를 맡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착한 가격도 풍부한 양도 훌륭한 맛도 변하지 않아 단골들은 매일같이 그곳을 찾는다.


 도시락을 산만큼 차곡차곡 모이는 가게의 포인트로 얻는 것은 차나 물 등의 음료수 중 하나. 그리고 덤으로 작은 "경품"이 주어지는데, 이로 인해 단골들에게 일어나는 작은 기적이 다섯 편의 연작으로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이 경품이 과거의 응어리를 해결하는 키가 되기도 하고, 일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회복할 기회를 잃고 마음 깊이 묻어버린 과거가 있다. 읽다 보면 어릴 적 작은 오해로 멀어진 친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잘해야지 하면서 결국은 투정만 늘어놓게 되는 나이 든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 늘 마음 밑바닥에 간직하고 있는 예전의 실수를 곱씹게 되기도 한다. 소설처럼 기적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만, 과거의 자신과 대면하고 반성하고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스펙터클 하진 않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찡해진다. 늘 같은 일상에 지지 말고 작은 한 발을 내밀면 분명 내일은 다른 하루가 될 거라 말을 걸어주는 듯한, 부드럽게 등을 앞으로 떠밀리는 것만 같은 따뜻한 소설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도시락 가게 『커스터드』의 단골이었다면 어떤 경품을 받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골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 도시락을 한 번 먹어보고 싶구먼.




"전성기는 짧은 법이야. 하지만 주인공이던 시절은 분명 있었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도 나무로서의 표정은 사계절마다 다양하잖아. 알아봐 주는 사람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같은 나무에서 피었다고 해도 작년의 벚꽃과 올해의 벚꽃은 별개잖아. 넌 네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행복을 손에 넣어야만 해."
"지금 손님이 느끼고 있는 의문은 옳아요. 친구라는 건 시간의 성과랍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때로는 친밀했다가 또 때로는 소원해지죠. 하지만 역시나 만나고 싶어지고 만나면 즐겁죠. 그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소중한 관계로 여겨지는 거예요. 그런 상대가 진짜 친구겠죠. 적어도 전 그렇게 믿는답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 한 시절을 함께 즐겁게 지내다가 화려하게 해산하는 관계도 그 나름대로 친구인 건 틀림없어요."
"자신감을 가지렴. 그게 네 능력이란다."




- 헤아리.다;hea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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