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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dache Feb 10. 2019

책읽기의 즐거움

김훈 "자전거 여행"

김훈의 문장은 간결하고 정확하다. 두껍고 무겁지만 스치기만 해도 피가 줄줄 흐르는 칼처럼 마음에 깊이 들어와 박힌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비린내 나는 살아감 앞에 인간의 언어는 얼마나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 그의 문장으로 확인한다. 
 
마음을 휘젓는 문장 사이로 김훈의 걸죽한 촌철살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박장대소한다. 옆에서 놀던 일곱살 둘째가 엄청 재밌는 책인줄 알고 자기도 보겠다며 뺏아간다. 책을 읽다보면 해가 져서 더이상 자연광으로는 책읽기가 어려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렇지만 전등을 켜기 싫다. 아무 것에도 뺏기기 싫었던 책읽기의 감동으로 김훈의 "자전거여행"을 추천한다. 
 
김훈은 마을과 가까운 숲이 좋은 숲이라 했다.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 일부러 우리 동네 작은 산을 넘어간다. 이 산이라 하기엔 너무 작은 언덕을 넘어가는건 처음이다. 평소 보아 두었던 산책로 입구로 들어가는데 둘째가 무섭단다. 불량식품 하나를 사 쥐어주고 함께 숲길을 걸어갔다. 제법 소나무 냄새도 나고 다람쥐도 만나고 초가을 햇볕이 축복처럼 쏟아지는 숲길이 막내 아들과 함께여서 다정하다. 
 
지난 여름 캠핑에서 읽으려고 빌려왔는데 못 읽고 두 번의 재대출을 했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선바위도서관은 같은 책을 다시 빌리려면 삼 일을 기다려야한다. 이 두 권의 책을 읽는데 무려 7주나 걸린 셈이다. 오늘이 반납마감이라 어제 오늘 열심히 읽었다. 나의 게으른 책읽기 때문에 이 좋은 책을 다른 사람들이 읽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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