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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dache Mar 11. 2019

학원 가기 싫다면...... 어떻게 하지?

그럼에도 아들아,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첫 주가 지났다. 그리고 주말이다.


나는 이 아이가 중학교 3학년 1학기 때까지 예체능을 제외하고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그 흔한 학습지 하나 시킨 적이 없다. 학원은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여 교육의 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아 간다고 믿고, 학원을 보내는 돈으로 차라리 한 질의 책을 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많게는 일 년에 열세 번의 캠핑을 가고, 방학마다 함께 여행을 떠났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에 가서도 시험기간에 상관없이 부모의 스케줄에 따라 여기저기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딱히 아이들을 위하여 일부러 그랬다기보다는 우리 가족 모두가 즐겁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함께 감동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같이 즐겁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선행학습을 하는 것에 별로 안달하지 않았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상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기를 기다리는 쿨한 엄마여서가 아니라, 내 아이는 당연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맞다.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이가 형편없는 성적을 받는 것도 아니었고, 대체로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왔다. 어차피 고등학교 가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성적이 막 떨어지지 않고 영어와 수학만 꾸준히 잡고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1학기 두 번의 시험에서 수학 성적이 영 시원찮았다. 불안했다. 갑자기 몹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영어와 수학은 내가 집에서 가르쳐 주고 다른 과목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이었는데 수학 점수가 만족할 만큼 오르지 않았다. 수학학원에 보내기로 하고 학원을 알아보는데 학원을 보내는 것도 만만찮았다. 내 아이와 같은 실력을 가진 아이들 반을 찾는 것도, 진도를 맞추어 따라가는 것도,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느 것 하나 한 번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학원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보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내려니 촘촘히 짜인 차단막이 있는 듯 나는 나를 막고 있는 그 촘촘한 거부 앞에 주눅 들어 있었다. 그리고 몹시 불안했다. 그동안 내가 아이를 위해 내렸던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나는 무척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수학학원에 다니게 된 아이는 2학기 중간고사 수학 시험에서 1문제를 틀렸다. "엄마 시간이 3분도 안 남았는데 어려운 두 문제를 풀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풀었던 기출문제와 비슷해서 기계적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문제는 다 맞았어요. 틀린 문제는 풀 때 계산 착오가 있었나 봐요." 수학 성적은 많이 올랐지만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학원을 마구 신뢰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제때 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꾸 자책이 되었다. 중3 겨울방학을 맞이한 아이에게 영어학원 수학학원 인강으로 채워진 시간표를 쥐어주었다. 그렇게 지난겨울 우리는 그 좋아하는 겨울 캠핑을 한 번도 가지 못하고 강원도의 스키장에 2박 3일 다녀왔다. 그것도 아이의 학원시간을 피해 간신히 시간을 내어서.


이제 다음 주말에 올해 첫 캠핑을 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첫째 없이 둘째와 우리 부부만 떠난다. 첫째는 자율학습 때문에 학교가 늦게 끝나는 탓에 주말에 학원을 몰아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혼자 남는 것을 이 아이가 은근히 좋아하는 기색이다. 주위에서는 그만큼 따라다닌 것도 대단한 거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섭섭하다. 이제 이 아이 없이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있을 우리를 생각하니 쓸쓸하다. 이제 우리와 떨어져 저의 시간을 혼자 가야 하는 아이를 응원하면서도 걱정이 되고 문득 멈춰 서서 잘하고 있는지 바라보고 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데 나는 또 쉼 없이 잔소리를 하고 있다. 그래도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볼멘소리 없이 일요일 점심 식탁에 앉는다. 이제는 이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내가 불안하다. 그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샌드위치를 만들고 감자를 튀긴다.


작은 텐트 안에 네 식구가 누이 세상에 우리뿐인 듯 그 작은 텐트가 세상의 전부인 듯 아늑하고 따뜻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눈이라도 내리면 밤 새 딴 세상에 온 듯 신비로웠는데 이제 추억만 남고 아이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하나 보다.


깊고 검은 숲 속의 밤, 별자리를 찾아서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는데 이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는 아이.

부디 씩씩하게 헤쳐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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