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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dache Jul 07. 2019

일요일 아침 여유로운 식탁

마음대로 만든 오믈렛, 나는 그런 사람인 걸로

날이 더워지고 시작하고 여름이 오면 아침에는 주로 빵과 달걀, 샐러드, 과일로 접시를 채워 우유와 함께 하루의 첫 끼를 먹고 우리 식구 각자 일터로 또는 학교로 향한다. 여전히 먹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는 작은 아이를 재촉하고, 체육복이나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신청서 같은 것들은 챙겼는지 지시형 질문을 큰 아이에게 던지고, 남편이 오늘 저녁 약속이 있는지 그의 스케줄을 체크한다. 하루의 첫끼를 함께 앉아서 먹고 있지만 서로에게 애정 어린 농담이나,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고 행복한 얼굴로 저녁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는 살뜰한 마음을 전하기에는 시간이 바쁘다. 아직도 얼굴에 남아있는 졸음을 몰아내고, 시간에 맞추어 출근하고 등교하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식탁에는 소리 없는 빠른 움직임이 건조한 대화에 섞여있다. 보이지 않지만 이 아침부터 모두 애쓰고 있다. 오늘 하루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고픈 마음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루틴에 집중하려고.

샐러드 야채는 마구 흐트러져 있고, 산딸기는 사과 위에 던져져 있다.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포크가 성의 없이 보인다. 이 접시 위로 건조함이 박힌 대화가 빠르게 이어지는 평일 아침의 식탁.


그러나 휴일 아침은 다르다. 평소보다 한 시간쯤 더 자고 일어난 아이들은 식탁에 앉기 전부터 생글거리며 웃고 장난친다. 오늘 아침은 빵이 없어서 오랜만에 오믈렛을 하기로 한다. 이게 오믈렛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부른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베이컨을 잘게 썰어 계란 푼 물에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우유를 넣고 휘저어 모든 재료를 섞는다. 오늘은 어제 오리불고기 하느라 산 양배추의 푸른 잎을 잘게 썰어 미리 볶은 다음 함께 넣어 섞었다. 그리고 여기에 밥통에 있는 흑미밥을 넣고 버터가 고소하게 녹은 팬에 하나씩 오믈렛의 모양을 만들어 노릇하게 부쳐낸다. 이것이 오믈렛을 매일 아침 할 수 없는 이유다. 한꺼번에 여러 개를 만들 수 없는 시간적 제한. 그 시간적 제한 때문에 과일도 그저 먹기 좋게 잘라 놓는데, 오늘은 둘째와 함께 멜론을 동그랗게 파내서 자두와 곁들였다. 베란다 화분에서 키우는 치커리가 웃자라서 보라색 꽃이 피었다. 그 꽃도 뜯어와 접시에 놓는다. 이런 여유. 접시에 꽃을 놓을 수 있는 일요일 아침의 여유.

멜론은 부드러운 육즙을 반짝이고, 모양이 조금 흐트러졌지만 오믈렛도 접시에서 얌전하다. 베란다에서 딴 쌈채소로 만든 샐러드는 오밀조밀 담겨있다. 만족한 상차림에 으쓱한 나의 행복한 어깨가 엿보인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내 글에 처음 달린 댓글은 식탁 차리는 것에 신경 쓰는 나를 향해 참 피곤하게 산다고 말하는 (내가 보기에는)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래서 아이디도 headache, 두통이냐고. 나는 화들짝 놀라고 상처 받은 마음을 한참 동안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대학 때 문학동아리를 하며 서로의 글에 대해 날세운 비난을 주고받았지만, 그땐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그런 비난이 아팠지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타인의 시선에, 특히 다른 이의 부정적인 평가에 예민한 나는 그 댓글을 보고 다시 내 글을 읽고 또 누군가 그런 반응을 보일까 봐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글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더 이상 작가의 글이 아니다는 말을 생각했다. 글 쓴 이의 손을 떠난 글은 오로지 독자의 이라고. 내 글을 읽고 누군가 비아냥거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오케이, 그것은 읽는 이의 자유로운 표현인 걸로". 그렇게 정리를 하고 다른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내 글에 대한 댓글에 나는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겠노라고. 조롱하는 듯한 댓글에 아무런 반응을 보일 수 없듯이 격려하고 칭찬하는 글에도 그러할 수밖에 없어야 한다고. 물론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망설임이 많았다. '잘 읽었다'는 댓글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읽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 글을 빌어서 댓글을 써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과 그리고 정성스럽고 감사한 격려에도 아무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렇게까지 써놓고 보니 내가 무슨 대단한 작가도 아닌 주제에 별 짓을 다한다 싶다. 그러나 알려드리고 싶었다.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시는 구독자 분들과 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여러분들이 제가 쓴  글을 만나는 그 순간 그 글이 제 것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그 무엇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그리고 오믈렛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내가 대충 만든 것을 오믈렛이라 부르며, 식구들 상에 올리는 게 나라고. 그런 상을 차려내고 행복하게 어깨가 올라가는 게 나라고.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써서 보이고 싶다고. 그러니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일요일 아침, 꽃을 따 접시에 올리며 행복한 나를 느낀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피곤하게 식탁을 차리면서 행복한 사람. 하, 하, 하!!!

 

내가 차리는 식탁 중에 제일 행복한 식탁은 캠핑 가서 차리는 밥상이다. 한동안 캠핑을 가지 못해 나는 숲이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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