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4부작
니노의 선택은 언제나 니노의 야망과 연관이 있었다. 엘레오노라와 결혼한 것도 그만큼 얻는 게 있어서가 아니었던가. 나 역시 니노 때문에 피에트로와 헤어졌을 때 중요한 출판사와 연관이 있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성공한 작가가 아니었던가. 그런 내 배경은 니노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니노를 도와준 다른 여자들도 결국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물론 니노는 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선호했다. 니노의 지성이 만들어낸 산물은 소년 시절부터 그가 정밀하게 짜 온 권력의 그물망 없이는 스스로 빛을 발할만한 힘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릴라는 어떠한가. 릴라는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데다 상점 주인의 젊은 아내일 뿐이었다. 스테파노가 릴라와 니노의 관계를 눈치챘다면 둘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니노는 왜 릴라와의 사랑에 미래를 걸었던 걸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p.563~564)
릴라는 지적이었지만 이를 활용해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돈이란 저급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귀부인처럼 자신의 지성을 허비했다. 니노는 바로 릴라의 이런 점, 즉 대가를 바라지 않는 릴라의 지성에 매료되었다. 이러한 릴라의 특성은 다른 수많은 여성과 차별되는 것이었다. 릴라는 그 어떠한 가르침이나 필요 또는 목적에 굴복하지 않았다. 릴라를 제외한 우리 모두에게는 무언가에 굴복했던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경험을 통해 시험과 실패와 성공을 겪고 나서 우리 자신을 현실에 알맞게 재조정했다.
릴라는 달랐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릴라를 바꾸지 못한 것 같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릴라도 다른 사람들처럼 제멋대로인 데다 우매해지고 있지만 릴라에게 부여한 능력은 변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해질 것이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p.564~565)
릴라는 구제받고 싶어 하지 않는 프롤레타리아였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p.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