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기 21

급 나누기

by 해다니

회사에서 진행되는 김장행사를 다녀오고, 갑자기 시작된 다이어트 열풍이었다. 다이어트야 뭐 여자라면 늘 하는 것이지만 그중 단 한 명이 다이어트에 심하게 집착하는 편이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 것 대신 피부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허벅지에 가스를 주입해서 근육과 지방사이에 공간을 넓혀주는 시술을 받고 올 정도로 정성이 대단한 분이었다. 점심시간에 저렴하고 훌륭한 구내식당을 이용해도 좋지만, 과한 염분과 당분으로 자신은 도시락을 먹겠다며 선언했다.


물론, 그 사람 혼자서 도시락을 먹겠다고 한다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겠지만, 그녀의 장황한 연설문을 들은 다른 사람들 조차 도시락 예찬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 00님도 내일부터 도시락 싸와요."

"아, 저도요? 저는 그냥 알바분들이랑 같이 밥 먹으면 안 될까요?"

"알바랑?"


이 회사에는 정규직 > 장기 계약직 > 파견직 > 아르바이트 순서대로 일이 진행되었는데, 이상하게 파견직 사람들과 아르바이트가 같이 어울리는 꼴을 싫어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우리랑 같이 도시락 먹지?"

"집이 멀어서 도시락 챙겨 오고 그러려면 조금 힘들 거 같아서요. 그냥 알바분들이랑 점심만 같이 먹는 건데요."

"굳이 그래야겠어?"


굳이라는 말은 내가 사용하고 싶은 말이었다. 뜨끈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는데 도대체 다 식어빠진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아르바이트하는 분들과 나의 나이차이 고작 3살도 안 나는데, 10살 많은 정직원보다야 3살 차이 나는 알바와의 관계가 편한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네, 그럼 저도 내일부터 도시락 챙겨 올게요."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지금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긴 하지만, 그 당시 엄마의 파업선언으로 저녁에 간편식을 주로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고기를 구워 쌈채소와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던가. 근처 식당에서 국물을 포장해 와서 한 끼를 해결한다거나. 반찬이 있어야 도시락을 싸는 건데 도시락이라... 뭘 싸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어도 괜찮으려나. 보온도시락통은 너무 무겁고. 집에 오면 8시인데 언제 장 봐서 반찬을 만들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벅찬데 도시락 반찬을 통에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이래저래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해다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하고싶은건 많은데, 실천력은 부족했다. 일단 뭐든 해. 그리고 그 끝에 "내가 그걸 해내다니." 라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수동적 갓생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