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버킷리스트 있어? '이 쥐뿔도 없이 짧은 인생에서 이거만큼은 해봐야겠다.' 싶은 일들 말이야. 나는 그런 일들이 꽤나 많았던 거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거 같아. 내가 모든 걸 이뤄서 해소된 게 아니라, 점차 잊혔던 거 같아. 삶은 퍽퍽하고 나에게 남은 작은 여유도 허락되지 않아서 관심과 흥미가 바뀌어간 거겠지.
예나 지금이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건 세계여행! 요즘 사람들 100명 중 50명은 꿈꾸고 있는 흔한 것 중에 하나겠지만, 나도 세계여행을 꿈꿔.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고, 매일 다른 풍경 속에서 눈떠보고 싶어. 긴 이동시간과 한국과 다른 열악한 환경에도 놓일 거고, 마냥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대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무엇보다 내가 떠나온 모든 시간에 대해 나비효과처럼 쌓여갈 후회를 감당할 용기도 필요하겠지. 뭐든 A를 택하면, 택하지 못한 B에 대한 아쉬움이 따라오니까 말이야. 이건 여행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 포함된 이야기잖아. 삶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그래서 아쉬움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 같아. 오늘이 쌓여 인생을 만드는 거잖아. 좀 더 시간이 흘러 나이 늙고 가면, 그땐 나의 관절과 체력들이 허락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가보고 싶다. 시력도 좋고, 하루에 2만 보 넘게 걸어도 튼튼한 두 다리가 허락할 때.
아 맞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 그게 영상이어도 좋고, 사진이어도 좋고, 글이어도 좋고. 그 어떤 매체로든 기록하고 싶어.
두 번째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일 같은데, 책을 내보고 싶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스토리가 있는데, 어째서인지 이건 처음 시작점과 결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오랜 시간 동안 미뤄두고 있어. 주변에서는 시작해야 끝이 난다는데, 나는 다른 건 다 시작했으면서 이거만큼은 시작 못하겠더라. 아마도 오래 공들여 생각한 시간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내 안에서 꼼꼼 숨겨두고 있는 거 같긴 해. 그래서 언젠가 이 스토리의 완결과 완성이 담긴 책을 내고 싶어. 이건 좀 거창했으려나. 소소하게는 꼭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집이어도 좋아. 작게 하나씩 해보고 싶어.
그런데 그거 알아? 요즘은 작품보다는 사람이 유명해야 되더라. 내가 먼저 유명해져야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지니까.
왜 버킷리스트로 시작해서 갑자기 왜 유명해져야 하는지로 끝나는지 의문이지? 다섯 번째 갓생은 사실 주제가 소소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알바라도 해야 한다였어. 그렇다면 어떤 일자리가 좋을까? '이왕이면 내 미래에 도움 되는 일'을 구하고 싶어 지더라고. 예전에는 그냥 아무 일자리나 했던 거 같아. 그게 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지.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목표가 있으면, 따로 준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에도 이야기했잖아 삶은 퍽퍽하고 여유가 없어지면 관심과 흥미가 바뀌어져 간다고. 내 목표의 근처에라도 있어야 꾸준히 하고 싶어지는 거 같아.
나는 지금 마케팅 쪽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어.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상품 또는 사람, 회사를 알리는 행위잖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는 건 역시 감성이 필요한 일이거든.
내가 오늘은 구구절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글을 쓰고 있는데. 내가 그려온 많은 순간들에 내가 함께 그려질 수 있는 방법은 꾸준히 기록하고, 경험하고, 나를 알려야겠다는 것을 알게 된 거 같아.
지금 통장잔고가 바닥나서 더 여유가 없어졌어. 지금의 내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될 줄은 몰랐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가지 일은 점점 더 선명해지더라.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 거겠지. 야망이 넘치는 삶은 처음부터 내 방향성이 아니었던 거 같아. 그런 쪽으로 갈수록 뭐랄까, 피곤해져. 내가 나인 게 싫어지더라고.
아무튼, 다른 사람이 그려온 페이지를 부러워하지 말고, 그 순간을 나도 누려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엉뚱한 일을 하지 말고, 근처를 맴도는 알바라도 하자. 그렇게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딱 한 번은 기회가 올 거야. 이건 삶의 진리니까. 믿어보자. 딱 한 번은 무조건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하는 건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