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지 못하는 마음
'카톡-' 오전 11시 30분이 되어가던 무렵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00 언니, 인스타 스토리만 염탐하다가 좋은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드려요.]
그녀는 내가 22살에 처음 들어간 회사의 동료였다. 근무기간이 고작 3개월 겹쳐서 일했지만, 같이 점심도 먹고 사사로운 농담들도 하며 지냈으니 동료가 맞을 것이다. 근무지 외에서 따로 만나거나, 주말에 같이 밥을 먹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10년 정도 간단하게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그런 그녀에게 개인적인 연락이 온 것이었다. 반가움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손끝으로 그녀의 메시지를 눌렀을 때, 나의 비참함이 시작되었다.
모바일 청첩장과 10만 원짜리 백화점상품권 그리고 장문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나에 대한 고마움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상품권에 담았고, 좋은 소식을 나에게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알고 있었던 소식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개별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백화점 상품권과 같이 말이다.
혼란스러웠다. 이 상품권에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게 그렇게까지 고마울 일이 뭐가 있었다는 것일까. 그녀가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인지, 청첩장에 대한 수금을 위한 것인지.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그저 오래 알고 지내던 동생이 결혼을 한다. "축하한다. 잘 지내라. 하지만 내가 그날은 약속이 있어서 가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쿨하게 몇만 원 송금하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울 일이었는지.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나의 행색이 쿨하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오랜 기간 일을 쉬게 되었고, 통장의 잔고는 바닥나 있었다. 하필, 단기 알바를 하겠다고 일당 93,000원짜리 공장 알바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도착한 청첩장이 나에겐 달갑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차라리 저 10만 원 상품권 없이 청첩장만 보내져 왔다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나에게 고마움과 아쉬움을 담아 보낸 저 상품권에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이 상품권에 의미가 무엇인지, 청첩장에 사진들이 잘 나왔다고 그 흔한 사회생활 같은 칭찬도 해주지 못했다. 그저 머릿속에 축의금을 얼마를 해줘야 하지. 10만 원 상품권을 받았으니 10만 원에 못해도 10만 원을 더 해줘야 하나. 20만 원? 내가 2일 일해도 벌지 못할 돈인데. 그럼 어차피 결혼식에 가지 않을 거니 5만 원만 하면 되려나... 복잡하고 착잡했다.
자정이 되어서야 오전에 너무 바빠서, 연락을 제대로 못했다는 변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지금 상황을 말하는 것이 창피했다.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알량한 자존심과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 앞에서 나의 불행을 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보내고 싶었던 사진에 대한 칭찬들과 동봉된 상품권에 대한 의미를 물었다.
그녀는 나에게 뜻밖에 말을 건넸다.
[언니가 저한테 일자리 소개해줬잖아요. 저 거기 아직도 잘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꼭 한 번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아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10년 정도 미뤄졌어요. 그게 너무 미안해서 보낸 거였어요.]
아, 맞아.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의 친구네 회사에서 사원을 구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자리를 그녀에게 소개해줬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까맣게 잊고 지냈었다. 그래도 그 회사를 여태껏 잘 다니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능력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마울 것 없다며, 너의 능력이 그 자리를 있게 만든 것이라 전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전하고 싶었던 결혼 축하한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혼자 끙끙 앓던 내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불편했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여전히 축의금으로 얼마를 보내줘야 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녀의 연락에 비참함과 초라함을 느꼈는데, 정작 그녀에게 나는 오래도록 기억될만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참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