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크기로 그것을 아낀다.
자기 인생 하나도 버거워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겠다고 말하던 A는
길고양이 세 마리를 집으로 들였다.
덕질 따위는 다지 하지 않겠다며
거창하게 탈덕 선언을 했던 B도
'한 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다.'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싸우고 사귀기를 반복하다
연애는 지긋지긋하다며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했던 C도
우연히 연락하게 된 옛 친구와 연인사이가 되었다.
한 번의 유산 경험으로,
아이를 갖지 않겠다 말하던 D도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사람에게 스트레스 받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늘 지쳐 있던 E도
이직 후 "일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엄마와 떠났던 여행지.
보라카이에서 마주한 노을을 잊을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계획대로만 살아갈 수 없다.
끝없는 변수가 생기고,
계획에 없던 사랑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보랏빛으로 물든 바다의 풍경에 마음이 흔들리고,
춤추는 누군가의 모습에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고,
길을 걷다 마주친 이름 모를 장난감에 마음을 빼앗기고,
인터넷에서 본 낯선 이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커다란 눈망울로 바라보던 작은 생명체가 자꾸 아른거린다.
그렇게 우리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작된 것들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어준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일도 하루 더 참아보고,
무기력했던 삶에도 작은 활력이 찾아온다.
그 모든 시작은,
예상치 못한 한순간에 비롯된다.
작은 한 순간에
오늘 하루 더 나은 나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