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각자의 방식으로

by 해다니

하나둘 집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나도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고,

밀린 집안일을 마무리한 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거울 앞에 서서

차가운 화장품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채워주고,

폼롤러로 굽은 등을 풀어준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풀어지는 나의 피로.

그게 참 좋아서 그 기운을 안고 침대로 향한다.


포근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오늘 하루를 멋지게 보냈든,

어딘가 서툴렀든 상관없다.


이불은 내게 늘 같은 말을 건넨다.

오늘의 일은 잊고,

내일은 걱정 말고,

수고했다고.

좋은 꿈 꾸라고.


그 따뜻한 위로에 눕자마자 눈이 감긴다.


그러다 가끔,

이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생일 축하를 위해

자정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복권 당첨을 상상하며

잠깐이나마 일상의 무게를 덜어내고 있겠지


어떤 사람은 이별의 슬픔으로

궁상맞게 슬픈 노래를 듣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여행의 설렘을

또 누군가는 수술을 앞두고 조용히 기도 중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방식으로 저마다의 밤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놓인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언젠가는 내 일이 되기도 했고,

지금 내가 겪는 일도

누군가는 이미 겪은 일일 테니까.


그래서 삶은 예측 할 수 없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재밌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 밤은 그냥,

다 지나가는 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이불속에서 나를 다독여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각자의 밤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과거의 걱정으로

미래의 걱정으로

지금의 밤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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