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할 수 있는 것부터

방향 찾기

by 해다니

귀하게 키워온 딸.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


사지멀쩡하게 키워놓은 딸이

어느 순간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사회의 1인분으로서 생활을 하지 못한다면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단, 뭐가 문제인지 말해보라고 말한다.

나는 그것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문제를 몰라서 답을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해할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그렇다면, 뭐가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나는 그것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정말 몰라서였다.

30년 넘게 살아왔는데도,

세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변해갔다.

내가 아는 것들은 이미 낡아 있었고,

좋아하던 것들의 가치도 바뀌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의 가치가 과연

예전과 같을까?


부모님은 말하셨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인생 위에 놓인 모든 것들이 미지한 것 투성이라고


뒤돌아 후회를 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늘 내 앞에 놓인 건 미래였다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면?

그게 평생 갈 것이라 생각하니.


좋아하는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삶이 이미 몇 번은 보여줬다.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들은 연락이 끊겼고,

죽어라 모아 온 수집품들은 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있다고.


영원한 게 없는 세상에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건,

그 어느 것도 없다고.


'나'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늙어서도 모르는 게 '나'더라고.


이 물이 흘러가는 곳은 정해져 있어도.

인생은 정해진 게 없다고.


내가 이 물속에 빠져 같이 흘러 갈지.

이 물 옆으로 같이 걸어갈지.

아니면 반대로 향할지는 내 마음에 달린 거라고.


너무 많은 생각에 잠기면,

오히려 이상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내 판단을 맡기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고.

그게 인생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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