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맞는 사람.
나는 언어 중심의 표현이었고,
그는 행동 중심의 표현이었다.
나는 언어의 애정이 없는 그가 너무 무심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귀엽다, 멋지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기침 같은 말들이
그에게는 닿지 않는 듯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나를
파도처럼 밀려와 꽉 안아주었다.
꽉 안아주는 밀도가 반가움의 표현이었다.
보고 싶었다고, 힘들었다고, 좋아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품이 먼저 알려주었다.
나는 즉흥적인 사람이었고,
그는 그 일에 동참해 주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그에게
나는 늘 새로운 궁금증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풍경 수집가였고,
그는 그런 나를 감상하는 사람이었다.
꽃, 바람, 구름, 나무.
그리고 그 안에 서있는 나.
서로의 포인트는 달랐지만,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점은 같았다.
나는 포기가 빠른 사람이었고,
그는 시작이 빠른 사람이었다.
내가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한다면
그는 나를 응원을 하며,
시작부터 할 수 있게 길을 닦아 주었다.
다른 듯 같은 그와, 닮은 점도 있다.
뒹굴거리는 침대 위에서,
아무 일정 없이 누워 있기.
서로의 배를 깨물고, 눈을 맞춘다.
때론 짓궂은 장난에 화를 내고,
울리는 나의 배꼽시계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는 그의 자리에 앉아
나는 나의 자리에 앉아.
닮은 듯 다른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전화를 건다.
잠들기 직전까지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그.
이상하게 결이 잘 맞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