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편식

발전할수록 바보가 된다.

by 해다니

알고리즘에 발달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는데 탁월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아주고,

몰랐던 세심한 부분까지 깊게 파고들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덕분에 어떤 주제에 대해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지식이 확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세계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인데,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아가게 되었다.


일종의 정보 편식 현상.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가 하지만,

사실은 단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

그건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바보가 아닐까.


삶은 다양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만 치우치면,

놓치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는 누군가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를 잃는 순간,

어디에 전화를 걸어야 할지,

어떻게 하루를 살아야 할지도 막막해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발전일까?

더 나은 삶을 위해 시작한 편리함이

오히려 우리를 더 의존적이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더 넓은 세상을, 더 다양한 목소리를,

그리고 알고리즘 바깥의 세상들도.


웃기게도,

지금 나는 알고리즘 없이 정보를 얻는 법조차

희미하게 잊어버린 것 같다.


물론, 지금의 알고리즘은

진짜 경험 대신 간접 체험을 쌓게 만들고,

때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에 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술을 무조건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우리는 아직 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 가는 중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정보만을 골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편식하지 않는 시선이

각자의 생각을 이해하게 해주는

작은 시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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