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이야기

내 마음이 담겨 있었다.

by 해다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날짜를 고르고 또 골라

겨우 하루를 정해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들은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

테이블 위로 쏟아진 말들 사이에는


사실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쭈뼛거리며 숨어있다.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낸 뒤,

잠깐의 정적이 흐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어제 봤던 영상 속 누군가의 이야기,

인스타에서 본 낯선 사람의 일상,

책에서 마음에 남았던 문장들.


그 말들은 내 것이 아니지만,

어쩐지 나의 공감과 관심이 머물렀던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빌려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어쩌면,

그 이야기들은 빌려온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 안에 머물고 있던 말들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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