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인연에게
쿵 하면 짝.
아주 오래된 데이터가 쌓여 만들어진 환상의 케미.
나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나도 그녀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3학년,
앞자리, 뒷자리, 옆자리, 대각선자리
언제나 내 반경을 맴돌던 그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내 반경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는 서로 많이 달랐다.
그녀는 늘 확신이 있었고,
나는 늘 망설였다.
그래서 아직도,
선택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그녀다.
그녀는 건강지킴이로,
나의 엉망인 생활 습관들을 다잡아준다.
물 마셔라.
허리 펴라.
운동해라.
단거, 짠 거 좀 그만 먹어라.
그녀 덕분에 겨우 사람 구실은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떠나온 모든 여행지에
그녀와 함께한 사진들이 넘쳐난다.
즐거웠던 순간들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공명하는 사이.
그녀는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아침밥은 먹었는지,
새로 나온 이 선글라스가 너무 예쁘다.
오늘 꿈에 이런 내용이 나왔어.
정말 하찮고 쓸모없는 말들 까지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내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어쩌라고." 한 적이 없다.
운전 중에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
그녀는 과몰입하며 상황극을 해준다.
돌이켜보면, 도무지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인데도
쿵 하면 짝.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서 만들어진 쿵 짝.
짝꿍으로 시작된 인연이
쿵작 맞는 사이가 되었다.
수많은 인구 속에서
우연히 같은 학교에 입학해,
수많은 시절인연들을 지나도 옆에 있어준
슬픈 시간도 기쁜 시간도 함께였던 나의 친구야
요즘은 원하는 목적에 따라 새로운 관계들이 만들어진다.
자기 계발 모임, 운동 모임, 동호회에서 쌓아가는 관계들
모두 인덱스형 인간관계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런 시대 속에서도,
나라는 사람의 온전한 서사를 함께 살아준 그녀가 곁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고마워.
이 이야기가 너에게 닿을지 모르겠지만,
말로 하자니 조금 민망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이 글이 너에게 닿았으면 좋겠으면서도,
닿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나의 혼잣말이야.